[TV평] 복고풍 색깔입혀 향수 자극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4시 39분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누나와 이모들은 가발공장에 다니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동생들을 공부시켰다!'
신세대들에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이런 명제가 나이 지긋한 주부시청자들 사이엔 그 시절 아련한 추억처럼 다가서는 모양이다.
70년대초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한 KBS 2TV TV소설 `누나의 거울'(매주 월∼토 오전 8시5분)이 잔잔한 화제다.
초고속화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복고풍 드라마가 오히려 공감을 불러 모으는지도 모른다. 아침드라마로는 드물게 평균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 이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나게 한다.
`누나의 거울'은 IMF를 전후해 화제를 모았던 MBC TV `육남매' 처럼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시절을 배경으로 어머니 세대의 회고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심인물은 과거 영화를 누리다 산업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서히 몰락해가는 윤참판댁, 봉건시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장덕수 가족, 친일파 후손에 윤참판댁 마름출신인 조성구 가족.
머슴의 딸로 태어났지만 아름답고 총명한 여자 장해미(홍리나), 해미를 사랑하는 윤참판댁 장남 윤선우(정재곤), 악착같은 돈벌이로 자수성가한 조성구, 또 선우를 사랑하는 그의 딸 조인주(권이지), 신분상승을 꿈꾸는 해미의 여동생 해영(이은주) 등 다양한 갈등구조의 인물이 등장해 흥미를 더해준다.
"스토리가 너무 뻔하다"는 일부 젊은층 시청자들의 혹평이 없는건 아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음직한 얘기를 정감있게 그려 시선을 붙든다.[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