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야구계 진정한 '어른'이 없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8일 13시 54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는 언제 봐도 보스의 카리스마가 가슴 뻐근하게 느껴진다. 돈 콜레오네(말론 브란도)가 딸을 결혼시키는 첫장면이 특히 그렇다. 기껏해야 시실리 출신의 마피아 보스일 뿐인데, 상원의원들이며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줄지어 `얼굴도장'을 찍는다.
마당에서는 흥겨운 피로연이 펼쳐지고, 내실에서는 `얼굴도장' 찍으러 온 사람들이 `민원'을 털어놓는다. 돈 콜레오네는 여유가득한 표정으로 이들의 `민원'을 명쾌하게 해결해준다.
우리의 프로야구판에는 이런 보스가 없다.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이 보이질 않는다.
선수협의회를 끌고 가는 선수들이나 한사코 선수협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고집부리는 KBO나 구단들에게 `대부'의 돈 콜레오네 같은 보스가 있었다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터다.
프로야구판에도 분명 선배가 있고, 원로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선수협 사태가 빚어졌을 때, 선배와 원로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었단 말인가. 꼭꼭 숨어있다가 슬그머니 나타나 중재를 해보겠다고 나선 모습이 썩 개운칠 않다. 믿고 의지할만한 선배와 원로의 `그림'이 아니다.
오죽하면 선수협이 `제3세력'에게 도움을 청했을까.
KBO에도 어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린 선수들이 불합리한 규정 등을 개선하자며 모임을 만든다고 할 때, 고작 "프로야구 그만 두겠다"고 으름장이나 놓는 정도였다. 이게 어른의 모습인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그랬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를 똑같이 여겼다. 지금의 프로야구판에서 누가 군사부일체 운운할 수 있는가.
선수들이 한창 훈련하고 시즌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거리로 나가 `장외투쟁'을 벌이고, "너희들이 없어도 야구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며 큰소리 치는 KBO와 구단.
선배와 어른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존경과 위엄을 갖춘 어른이 있어야 한다. 지금 프로야구판은 정말로 선수협이나 KBO를 아우르는 어른이 필요하다.
[이창세기자 ulsub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