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따뜻한 봄이오면 연화를 만나세요'
기사입력 2000년 01월 28일 13시 25분
지난 9월, 단란주점이 즐비한 영등포의 한 골목에서 박진희를 발견한 사람들, 오해하지 마시라. `부업' 중인 게 절대 아니었다. `본업' 때문이었다.
`자연주의 멜로'를 표방하는 `산책'(이정국 감독－지오 엔터테인먼트 제작) 촬영장에서 박진희. 무척 열심이었다.
작업이 끝날 끝날 때까지 다른 활동은 모두 중지. SBS 라디오 `텐텐클럽'의 진행을 제외하곤 항상 `스탠바이'였다.
뿐만 아니다. 술집 여자로 일했던 과거 회상신을 위해 룸살롱 탐방까지 자청했다. 장소도 영등포로 택했다. 허름한 롬살롱이어야했기 때문이다. 매니저와 코디네이터 언니를 보디가드로 내세우긴 했지만 무섭긴 무서웠다.
"`여고괴담' `연풍연가' `간첩 리철진'에 이어 네번째에요. 이번엔 정말 확실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여주인공 연화. 봄의 미소, 여름의 싱그러움, 가을의 향기, 겨울의 깊이가 모두 느껴지는 여인. 여름햇살처럼 함박 웃음을 터뜨리지만, 낙엽 냄새 나는 쓸쓸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 속엔 누구보다 따뜻한 봄볕을 품은 여자. 그녀가 첫눈같은 사랑을 시작한다."오래전부터 사랑때문에 변화하고 자신의 삶을 움직여가는 여자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연화는 바로 제가 꿈꿔오던 배역이었죠."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레코드 가게 주인 영훈(김상중)과 그의 세 친구들. 삐걱거리는 결혼, 직장에서의 좌절 등 삭막하고 힘든 일상에 허덕이지만 콘서트를 준비하며 그들만의 꿈을 키운다. 이들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연화. 영훈의 마음의 문을 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렇고 그런 멜로 영화가 아니에요.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야기들을 엮어가죠. 사랑도 그렇게 편하게 그려져요."
작품에 대한 믿음이 넘쳤기 때문일까. 이정국 감독으로부터 `이 영화에서 가장 박수를 받을 만한 배우'란 칭찬을 들었다.
또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촬연 현장에서도 사랑을 독차지했다.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외향적인 박진희와 내성적인 김상중의 상반된 성격 탓에 연인 분위기가 날까 걱정을 했던 스태프들은 안도의 한숨. 오래 사귄 애인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라는 평이 쏟아졌다.
최근 촬영을 끝내고 3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박진희는 밝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일상 속에서 꿈과 아픔을 잔잔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전상희 기자 fr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