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11) 98연봉협상 기싸움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4시 00분
97년 선발 로테이션의 일원으로 첫 시즌을 보낸 찬호는 14승을 올렸다. 주위를 놀라게 한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97년 시즌이 끝나고 나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찬호의 계약 협상을 펼치게 됐다.
94@95년은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기 때문에 연봉 협상이 별 의미가 없었고, 메이저리그에서 뛴 첫해인 96년 역시 구원투수 위주로 5승을 거둔 게 전부라 97년 연봉을 놓고 구단과 부딪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97년 찬호가 14승을 거두며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라 본격적으로 한판 승부를 벌여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찬호의 계약시 항상 노모 히데오나 이스마엘 발데스를 기준으로 삼고 협상에 들어갔다.
그들은 찬호의 동료였으며, 선발 투수로는 선배들이기 때문에 내게는 아주 좋은 비교 상대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저스측은 생각은 전혀 달랐다.
우선 메이저리그 서비스 기간에서 찬호를 노모나 발데스와 비교하면 안되다는 게 다저스측의 주장이었다.
노모는 찬호보다 메이저리그 서비스 기간이 109일이 빠르고 발데스는 1년 71일이 빠르다.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이 172일의 서비스 기간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노모는 반년 이상, 발데스는 1년 반 가까이 많은 시간을 메이저리그에서 뛴 상태였다.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가 되기 전까지는 연봉 협상을 하는데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이 서비스 기간과 선발 투수의 경우 투구 이닝수이다.
물론 특별한 상을 받거나 워낙 뛰어난 성적을 올리면 협상에 유리한 조건이 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비스 기간과 투구 이닝수를 가지고 다른 투수들과 비교를 하면서 협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98년 1월 초순 찬호가 다저스타디움에서 팀자율훈련을 시작할 무렵 프레드 클레어 단장과 샘 페르난데스 고문 변호사를 만나 재계약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탐색전 정도였고, LA에서의 몇차례 만남에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다.
2월 중순 찬호가 스프링 트레이닝장이 있는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로 떠나고 1주일쯤 후에 나도 베로비치로 갔다.
이제는 프레드 클레어 단장과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여야 했으므로 많은 준비를 하고 갔다.
노모는 97년에 90만달러를 받았고, 98년에는 280만달러로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발데스 역시 똑같은 조건의 계약을 맺은 직후였다.
나는 서비스 타임은 찬호가 그들보다 적지만 같은 기간만을 두고볼 때 승리나 이닝, 방어율 등이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똑같은 액수로 계약을 하자고 주장했다.
2년에 370만달러가 우리의 요구액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노모는 95년 13승에 신인왕, 96년 16승, 97년 14승을 거둔 상태였고, 발데스는 95년 13승, 96년 15승, 97년에는 10승을 거두고 있었다.
찬호는 95년에 마이너리그, 96년에 5승, 그리고 97년에는 14승을 거뒀다.
베로비치에서 클레어 단장과의 첫번째 협상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LA＝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