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현실 수용하고 신뢰 되찾아야
기사입력 2000년 01월 26일 12시 50분
선수협．KBO 끝없는 대립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 정말 안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의 출범을 둘러싸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선수협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때 131명까지 늘어났던 선수협의 가입인원이 김기태 이승엽 등 삼성선수들의 불참선언과 42명의 현대선수 전원이 탈퇴를 결의하면서 위기에 몰리자 시민단체에 이어 이제는 정치권까지 개입의지를 밝혀 확대일로를 걷고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수원 팔달)과 미래연대 소속 회원 등 5명은 지난 25일 선수협 대표자와 KBO 이상국 사무총장을 차례로 방문해 양측 의견을 들은 뒤 대화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의원은 또 오는 31일로 예정된 국회 문화관광특위에서 선수협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필요할 경우 양측 당사자의 출석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참여연대도 이날 구단주들의 대변기구로 전락한 KBO의 부당한 압력을 성토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헌법이 보장한 `결사의 자유'에 따라 선수협의 출범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물심양면으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해 선수협의 투쟁에 동참할 뜻을 비쳤다. 인터넷 중심의 시민운동을 표방하는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도 선수협 지지 홈페이지를 개설해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들어갔다.
여기에 해외파인 박찬호(LA다저스) 이상훈(보스턴 레드삭스) 등도 속속 지지발언으로 선수협에 힘을 실어주고 있고, 세계 최대의 통신사인 미국의 AP통신도 지난 24일(한국시간) 서울발로 처음으로 선수협의 출범과 한국프로야구 전반에 관한 기사를 전세계에 타전하는 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선수협과 같은 단체는 그 시기가 문제일뿐 언젠가는 탄생될 단체라는 점에서는 그동안 KBO도 인식을 같이해 온 게 사실이다. 다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게 KBO나 구단의 판단이지만 이제 선수협은 출범을 했고,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가입선수와 비가입선수, 선수협과 구단간의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면 될수록 그 후유증만 크질 뿐이다. 비록 지금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머잖아 야구장으로 다시 돌아와 야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영원한 야구인들이 아닌가. 하루빨리 조건없이 서로 만나라.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으로 야구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팬들의 신뢰를 되찾는 길일 것이다.
[부국장 joy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