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이승엽]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6일 12시 50분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파문에서 한발짝 비켜서있던 삼성과 현대가 팬들의 비난여론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은 선수협 창립 당일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 다소 느긋한 입장이었다. 또 현대는 창립 이틀후인 23일 집단으로 서명했다가 이튿날 전원 탈퇴를 하는 바람에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지난 25일 한나라당이 선수협 파문 조사단을 구성하고, 시민단체들이 선수협 결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성명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팬들은 구단사무실과 PC통신을 통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 삼성과 현대의 행태를 집중적으로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선수협 불참을 발표한 삼성 이승엽의 기자회견과 선수협 가입을 주장하던 현대 정민태의 입장 변화는 들끓는 비난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는 밀약설과 매수설이 나돌면서 구단의 도덕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앞장서 해명을 할수도 없는 입장이다. 섣부른 해명이 자칫 변명으로 들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맞대응을 자제한다는 것이 구단의 방침이지만 선수협 파문이 내부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고민이다. 선수협의 위세가 회원들의 잇따른 탈퇴로 위축되고 있지만 명분이 환영을 받으면서 일부 선수들이 동요하고 있어 집안단속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해외전지훈련을 앞당긴 것도 선수협과의 접촉을 막기 위한 고육책.
그러나 올시즌 내내 꼬리처럼 따라붙을 `변절자'라는 비난을 어떻게 견뎌야될지 난감하기만 한 삼성과 현대다.
[권정식 기자 jskw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