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 강경드라이브 3가지 이유
기사입력 2000년 01월 25일 01시 27분
공격하는 자와 변호하는 자가 싸우면 후자는 결코 이길수 없다고 한다.
선수협이 깜짝 놀랄만큼 세를 불린 후에 열린 KBO의 24일 이사회는 더이상 선수협의 존재를 부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속에 조심스레 `유연한 돌파구'가 기대됐었다. 그러나 결과는 또 한번의 강경대처 재확인. 5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 끝에 결국 8개구단은 다시 한번 철퇴를 들었다.
"이미 없었던 일로 되돌릴순 없다"는 현실 인식. 한발짝 뒤로 물러나 타협점을 찾자는 온건파의 권유는 못내 "참을수 없다"는 강경파의 울분을 설득하지 못했다. `최선의 방법'을 물어도 딱히 그럴듯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KBO와 8개구단. 무턱대고 앞만 보고 달리는 이유는 뭘까.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선수협을 인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19년을 참았다 일어선 선수들의 요구사항은 봇물같다. 자칫 틈을 보이면 세차게 밀고 들어올까 두렵다.
▲자문단은 눈엣가시－갑자기 똑똑하게 돌변한 선수들의 모습이 영 마뜩찮다. 뒷줄에 늘어선 자문단은 또 무언가. 변호사 교수는 참겠는데, 껄끄러운 정당 관계자까지 끼었다. 모 에이전트사와 그저그런 관계라고 제보도 빗발같다.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들인 구단들로서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5명의 보통사람에게 19년만의 `대승'을 내주기도 자존심 팍팍 상한다.
▲딱히 대안도 없다－초장부터 "야구판 해체하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던 것이 무지무지한 강수. 두번째 차례부터는 변변히 낼 `수'가 없다. 이제 누그러지면 꼭 지는 것 같으니. 한줄 외길을 위험하게 달려온 꼴. 강약 리듬없이 몰아붙이도록 내몰리고 말았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