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선수협의회…냉정한 가슴안고 갈등 풀자
기사입력 2000년 01월 24일 13시 22분
한국프로야구가 출범 19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지난 22일 새벽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의회)를 발족시키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수협의회에 가입한 선수전원을 자유계약선수로 풀기로 하고 이들과는 계약을 하지않기로 결정해 사실상 선수생명을 끊는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도 가입선수들을 훈련에 불참시키기로 하는 등 갖은 방법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선수협의회 역시 KBO와 구단에 맞서 회원불리기에 총력을 쏟으면서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공동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해 파문은 걷잡을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양측의 이같은 충돌은 선수협의회를 보는 시각이 극과 극으로 대립돼 있기 때문이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연봉이 해마다 치솟아 매년 70억∼8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선수협의회가 생기면 구단운영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더구나 구단들은 선수협의회가 곧 노동조합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판단,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내고 지금은 결코 그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상호 유대강화를 위한 단순한 친목단체라고 강조하면서, KBO와 구단이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주장으로 팽팽이 맞서있다.
프로야구의 3대 축(軸)은 구단과 선수와 팬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난 18년 동안 한국프로야구는 어느 스포츠보다 가장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이같은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총 322만명의 유료관중이 야구장을 찾아 역대 최다인 지난 95년의 540만명 이후 3년 연속 급감추세를 보였던 관중수가 4년만에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이 모두가 팬들이 야구를 아끼고 사랑한 덕분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누구보다도 가장 프로야구를 아끼고 사랑하고 야구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할 구단과 선수가 새천년 벽두부터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처럼 대충돌로 치닫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시점에서 양자 모두는 감정과 흥분을 억누르고 냉정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흑백논리로서는 문제해결에 결코 접근할 수가 없다. 비록 며칠 동안이지만 너무 깊게 파여버린 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서로 만나 대화와 양보를 통해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야한다. 그 길만이 서로가 사는 길이다.
[부국장 joy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