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나는 속았다 어린애 취급을 당한 느낌이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3일 13시 40분
"나는 속았다. 어린애 취급을 당한 느낌이다."
영구 귀국을 확정지은 선동열(37·전 주니치)의 `메이저 파문'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동열은 지난 21일 보스턴에 입단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뒤에도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간자 역할을 맡았던 두명의 한국인들과 보스턴의 태도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것.
선동열은 "말과 행동이 전혀 맞지 않았다. 뭔가 사심이 개입된 것 같은 인상을 짙게 받았다"며 "지난 19일 도쿄에 올라가 보스턴의 레이 포이트빈트 부사장을 만날때는 솔직히 곧바로 계약을 할 생각이었다. 전날 집근처의 쇼나이 공원에서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도 했다. 연봉, 테스트, 가족 문제 등 모든 게 당초 얘기와 틀렸다"고 분을 토해냈다.
"레이 포이트빈트 부사장을 만나 내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한 뒤 두시간 뒤에 연락을 받기로 했었다. 그동안 네번이나 보스턴이 대답을 미뤘다."
연봉에 대해서도 "나를 어떤 선수로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센티브 계약으로 첫해 200만달러의 연봉에 50만달러를 얹어주겠다"고 말했다.
인센티브 조건은 성적에 관계없이 40경기 이상 출전.
"나를 처음부터 마이너리그 수준으로 본 것 같다. 메이저리그보다 30경기가 적은 일본에서도 거의 매년 40경기를 넘게 출전했는데 성적에 관계없는 인센티브가 말이 되는가."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가족들의 집을 포함한 주거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된다는 것도 당초에 없던 얘기였다고 한다.
한달여동안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한채 고뇌의 시간을 보냈던 선동열.
상황 판단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채 "일단 가보라. 도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주위의 막무가내식 부추김과 중개인들의 석연찮은 입김.
`아름다운 물러남'이 흔들렸던 이유가 분명 있었다.
[나고야＝양정석 특파원 js2000＠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