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에 팬 300여명 파이팅! 격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2일 01시 33분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회) 창립 총회가 열린 서울 63빌딩 체리홀의 열기는 정당연설회를 방불케할 정도로 뜨거웠다.
총회 개막 3시간전인 오후 4시쯤 일찌감치 도착한 구단관계자들은 혹시나 나타날지 모르는 소속팀 선수들을 찾느라 분주히 뛰어다녔다. 한산했던 체리홀 주변도 구단대표들의 준비모임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00여명이 넘는 언론 취재진과 200∼300명의 팬들이 통행이 힘들 정도로 뒤섞였다.
오후 5시30분쯤 LG 유지현이 모습을 드러낸데 이어 양준혁(해태) 송진우(한화) 최태원(쌍방울) 박정태(롯데) 김기태(삼성) 김인호(현대)가 팬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속속 총회장에 들어섰다. 구단대표로는 마지막으로 도착한 강병규(두산)가 방명록에 사인을 한 뒤 가볍게 인사를 하자 팬들은 `화이팅'을 외치며 격려를 보내주었다.
선수들만 입장시킨 총회장 출입문은 그러나 7시가 넘도록 굳게 닫혔다. 구단대표들의 준비모임이 총회 개막시간을 넘기면서 취재진들 사이에선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 총회 창립을 막기 위해 파견된 구단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7시30분쯤 구단버스에 실려갔다고 전해졌던 김동주 최용호(이상 두산)를 시작으로 두산선수들이 나타나자 총회장 입구는 팬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더이상 선수들을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구단대표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수회 대표로 내정된 강병규가 창립총회를 방해한 구단을 성토하며 실의에 젖은 목소리로 "선수들이 철회서명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공표하자 팬들 사이에선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오후 8시40분쯤 최익성(한화)과 김선진(LG)이 나타난데 이어 쌍방울, LG, 한화선수들이 무리지어 총회장에 들어서자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던 총회장은 순식간에 생기가 돌았다.
[권정식 기자 jskw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