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남의 코트밖에서] 고독한 코트의 판관
기사입력 2000년 01월 21일 15시 27분
♣고독한 코트의 판관
KBL(한국농구연맹) 이명호 심판(43)은 이번 `대한 추위'를 누구보다도 뼛속 깊이 느끼고 있다.
그는 20일 KBL로부터 2주간 출전정지에 80만원 벌금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 13일 원주 삼보－신세기전에서 신세기 우지원의 3점슛을 2점슛으로 잘못 판정한데 대한 제재였다.
KBL의 징계보다도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
그의 직업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동갑나기 아내 이영옥씨마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그런 콜을 했느냐"고 자못 힐난조다. 매스컴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릴때마다 열성 농구팬인 대학생 아들과 고교생 딸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기가 민망하다. 마치 `파렴치범'이 된 기분이다.
"마가 씌웠었나 봅니다. 특히 제 판정으로 피해를 입은 신세기 구단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명호 심판은 모든 걸 `내 탓'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후배 심판 모두를 모아놓고 "선임심판으로서 심판진의 명예를 실추시켜 죄송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뼈를 깎는 자성과 참회의 심경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비난이 쏟아지는 `고독한 코트의 판관'.
이명호 심판은 `코트의 포청천'이란 상투적인 수식어 대신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가 지금 어깨가 처진 심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패하면 심판탓'으로 돌리는 풍토에 아쉬움을 표시하며 프로농구 코트에서도 `내탓이요' 운동이 펼쳐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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