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춘향뎐'] 서편제 이후 최고의 걸작
기사입력 2000년 01월 21일 14시 35분
"`서편제' 이후 최고의 작품이다." "거장의 면모를 보여준, 세계에 내놓을 명작이다."
최근 서울 허리우드 극장에서 진행된 `춘향뎐'(임권택 감독－태흥영화사 제작)의 시사회. `국민영화'의 탄생을 기대하듯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 각계의 유명인사들이 자리를 채웠다.
막이 오르자 명창 조상현씨의 소리가 극장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어 화면은 조상현의 소리에 따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엮어갔다. `판소리의 뮤직비디오' `판소리 뮤지컬 영화'라 불리울만한, 새로운 형식이다. 임감독의 실험에 대해선 시사회 후 극찬 일색이었다.
특히 `사랑가'에 맞춘 남녀 주인공 조승우 이효정의 `첫날밤' 신은 `서편제'에서 오정해 김명곤 김규철이 춤추면서 함께 걷는 롱테이크 장면 못지않게 명장면이란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임권택 감독은 "왜 지금 하필 `춘향뎐'을 만들었냐"는 질문에 "`서편제'를 기획할 때 우연히 조상현 명창의 `춘향전'을 듣게 됐다. 소름이 끼쳤다. 뻔히 아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감탄했다"고 밝혔다. 당시 같이 작업을 하던 정일성 촬영 감독이 "우리 `서편제' 엎고 `춘향전' 하자"고 할 정도 였다.
그러나 막상 작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영화의 흐름과 소리의 흐름을 엮어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내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현장서 찍은 필름이 소리와 전혀 맞지 않아 초반 두달치 촬영분을 버리고 다시 찍기도 했다.
그러나 임감독은 "이렇게 행복하면서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 `우리의 혼을 되살릴 영화를 만든다`는 신념하에 모두들 헌신적으로 작업에 임했기 때문이다.
그 첫걸음이 전남 남원시에 1000평 규모의 춘향골 마을 오픈 세트장을 설치. 지난해 12월 3일 촬영이 끝날 때까지 대략 130회가량의 촬영을 했다. 다른 영화의 두배에 가까운 촬영 횟수다.
7개월여에 걸친 촬영기간에 동원된 엑스트라는 연인원 8000명에 이른다. 의상만 무려 1만 2000여벌. 소품과 의상, 세트 등을 마련하는데 10억원 이상이 들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변학도 생일잔치와 어사 출두 장면엔 남원시립무용단장과 거문고 명인, 남원 명창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등이 특별 출연했으며, 1주일간 15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설성경 연세대 교수의 자문하에 완벽히 당시 생활 풍속을 재현해냈다.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녹음, 의상, 소품 모든 면에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뛰어넘었다"고 자신. `춘향뎐'의 현재 칸 영화제 출품을 준비중이다.
[전상희 기자 fr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