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영화'반칙왕'서 세상을 반칙으로 살아가는 대호역 맡아
기사입력 2000년 01월 21일 14시 29분
실제 그는 `적당히' 규칙을 지킨다. 담배를 버릴 때 쓰레기통에 정조준은 안 하더라도 길바닥에 마구 버리진 않는다. 내놓고 법을 어기거나 이상한 길을 걷지도 않는다. 얼핏 보면 내성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마음 속엔 불이 있다. 언제나 일탈을 꿈꾼다.
2월 4일 개봉되는 영화 `반칙왕'(김지운 감독－봄 영화사 제작)의 대호.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은행원. 송강호와 닮은 꼴이다. 단지 송강호 자신이 스크린을 통해 화려한 일탈을 꿈꾼다면 대호는 레슬링을 택한 것 뿐이다.
"스포츠 영화가 아니에요. 격렬하고 거친 레슬링을 통해 자아를 찾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죠. 누구나 한번쯤은 느꼈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을 절절하게 담아냈어요."
상사에게 `찍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는 30대 중반의 직장인 대호. 20대의 야망과 꿈은 잊은지 오래. 소모품에 불과한 톱니바퀴다. 초라하기 짝이없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혁명을 꿈꾼다. 레슬링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인해간다. 커다란 조직에 파묻혀 가던 그가 조금씩 자기 색깔을 내어가는 과정이 신이 난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송강호는 마음에 불이 확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눈물나게 웃다가 눈물을 흘리고 마는 영화'. 작품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신들린 사람처럼 연기를 했다. 스태프들이 미안해할 정도로 온몸을 던졌다.
정두홍 무술 감독에게 다시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말이 쉽지, 뛰어난 운동 실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날 갑자기 프로레슬러 흉내를 내기란 `불가능에 도전한다'였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했다. 하루 한갑씩 피우던 담배도 훈련에 들어가면서부터 한대도 못 피웠다. 만약 몰래 피울 경우 운동장을 두바퀴나 돌아야 했다.
`쉬리' 때보다 더 힘들고 부담이 됐다. 단순한 체력 훈련이 아니라 기술을 익혀야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3개월 동안 레슬링장에서 땀을 흘렸더니 살이 6㎏이나 빠졌다. `뚜가리'(링 위에서 360도 돌아서 상대선수 가격하기), 백드롭 등 기본적인 기술을 완벽히 마스터했다.
여기에 영화 `매트릭스'에 사용됐던 초고속 카메라 `포토소닉 4ER'까지 동원해 찍은 화면은 박진감이 넘친다. 현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순간 순간 등장하는, 의자로 가격하기, 고무줄 총 쏘기 등. 송강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반칙들. 배꼽을 잡게 한다. `송강호를 위한, 송강호에 의한, 송강호의 영화'라는 평까지 들었다.
"영화라는 집이 있으면 배우는 거기에 꽉 맞는 기둥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이요? 만족해도 될 것 같은데요."
[전상희 기자 fr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