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께 20승을'
기사입력 2000년 01월 21일 02시 22분
"일어나라! 박찬호"
LA다저스 박찬호(27)의 귓가에는 하늘에서 소리치는 할아버지의 음성이 들린다. 오늘의 박찬호가 있도록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다정한 음성이다. 이제 그만 슬픔을 털고 일어나라고, 정상의 메이저리거답게 몸과 마음을 다잡고 새천년 시즌을 맞이하라는.
박찬호는 21일 할아버지 고 박효원옹의 삼우제를 지내고 공주를 떠나 매형인 `팀61'의 김만섭씨와 함께 서울로 올라온다. 그동안 장례를 치르느라 어수선했던 심신을 정리하고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서울 롯데호텔에 묵으며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재개할 것이며, 공주까지 찾아와준 조문객들에게도 일일히 인사를 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귀국한 스티브 김과 올 시즌 대비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한 일정중의 하나다. 고 박옹의 발인이 있던 지난 19일 새벽 연봉 385만달러와 인센티브 40만달러 등 총액 425만달러(약 48억원)에 맺은 2000년 계약. 박찬호는 아직 이 액수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물론 만족스러울 수 없는 액수다.
LA다저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으며 한때 연봉 1000만달러 이상의 몸값 이야기가 떠돌던 게 바로 얼마전이다. 게다가 오는 2002년 자유계약선수(FA)자격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올시즌 성적은 앞으로 박찬호의 몸값을 매기는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박찬호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2000년 시즌의 목표는 20승"이라고 호언하지 않았던가.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아쉬움에 장례기간 내내 눈물을 뿌렸던 박찬호. 이제 박찬호는 할아버지 영전에 20승 영광을 바치는 게 올해의 목표가 됐다.
[한준규 기자 manbo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