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손가락 테이핑' 투혼…인대수술 권유 거부
기사입력 2000년 01월 20일 14시 12분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97∼98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적장' 신선우 감독으로부터 허 재(34．삼보)가 들었던 극찬이다. 당시 눈두덩이 찢기고 오른손등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한국프로농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던 허 재.
그의 아름다운 투혼이 다시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19일 대전에서 벌어진 현대전서 허 재는 왼쪽 새끼손가락을 부상했다. 경기가 끝난 뒤 급히 달려간 충남대병원측의 소견은 "뼈에는 이상이 없으며 인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진 MRI(자기공명촬영) 진단 결과, 완치를 위해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허 재의 대답은 `NO'.
메스를 댈 경우, 상당기간 출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익히 아는 허 재는 "붕대를 감고 코트에 서겠다"고 밝혔다. 부상 부위를 압박테이프로 감싸면 드리블이나 슈팅을 할 때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 하룻밤 사이에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을 들락거리는 판에 팔자좋게 벤치에서 구경만 하진 않겠다는 얘기다.
19일 현재 삼보는 삼성과 함께 공동 3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양과 기아가 뒤를 바짝 쫓는 형국. 특히 이번 주말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중대 고비가 될 동양전과 삼성전이 잇달아 잡혀있어 허 재는 두경기 모두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했다.
"붕대만 감으면 승부사 근성이 살아난다"는 허 재의 투혼에 최종규 감독도 두손을 들고 말았다.
[류성옥 기자 watchd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