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고독한 마이너 생활…좌절딛고 적응
기사입력 2000년 01월 20일 14시 12분
샌안토니오에 도착해서 아파트를 잡고 가구들을 빌리면서 참 마음이 안좋았다. 찬호는 몹시 낙심해 있었고, 그런 찬호를 두고 오자니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려면 그 정도 고생은 견뎌내야 한다고 위로했다. 당시 샌안토니오 미션스팀의 팬클럽 회장이라는 미국 아주머니가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LA로 돌아온 며칠후 찬호의 첫 경기때 다시 샌안토니오를 찾았다. 오말리 구단주가 찬호를 격려하기 위해 함께 동행했고 찬호는 착실히 선발 수업을 쌓기 시작했다.
그후로 한달에 한번 정도씩 찬호를 방문했고, 가족들이 모두 함께 샌안토니오를 찾기도 했었다. 갈때마다 불고기 양념한 것과 밑반찬, 라면을 가지고 갔다.
처음하는 미국 생활에 한국 사람이라고는 찾기도 힘든 텍사스주의 작은 도시에 묻혀있으니 찬호는 한식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원정을 다니는 도시들은 거의가 샌안토니오보다도 작은 도시들이었다.
찬호는 조만간 메이저리그로 올라올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던졌는데 잘 던져도 다시 부를 기색이 전혀 없자 실망하기 시작했다.
나는 거의 매일 찬호와 통화를 했다. 야구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나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찬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찬호는 시즌 중반 좌절하면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이겨냈다.
구장에서 집까지 10㎞는 되는 거리를 매일 왕복으로 뛰어다니면서 노력한 찬호는 후반부터 좋은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고, 유망주들만이 모이는 애리조나의 가을 리그에도 참가했다. 마이너리그 생활에 적응하면서 미국 생활에도 점차 익숙해져 갔다.
94년 시즌이 끝난뒤 찬호는 한국을 찾았다. 메이저리그에 곧바로 진입했다가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는, 좌절 아닌 좌절을 겪은 찬호를 팬들이 어떻게 맞아줄지 궁금했다.
그래도 공항에서 간단하게 기자회견은 할 것으로 생각돼 비행기안에서 찬호와 할말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공항에 내리니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많은 방송과 신문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혀 예상을 못했던터라 당황됐지만 찬호는 준비한 이야기들을 잘 했고, 쏟아지는 질문에도 잘 대답했다.
아직 마이너리그 선수에 불과했던 찬호에게 당시 보내주신 팬들의 사랑은 정말로 뜨거웠고, 오늘날 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투수가 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