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훈] 사이버 화랑 '애피스'서 개인전
기사입력 2000년 01월 18일 13시 52분
"인터넷 갤러리란 새로운 영토에서 첫 전시회를 가져 영광입니다. 미술계 전시문화를 바꾸는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20대 젊은 작가 고영훈씨(29)가 갤러리 애피스(www.affice.com)란 사이버화랑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순수한 의미의 사이버전시회는 국내 처음이다.
그동안 인터넷에 작품을 올리는 경우는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화랑 전시작을 다시 선보이는 수준이었다. 주로 홍보나 거래장소로 활용됐다. 이제 사이버 갤러리라는 3차원 신개념 화랑이 생긴 것이다.
갤러리 애피스는 국내 벤처기업인 라스트원(대표 임채욱)이 지난 14일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웹OS서비스 `애피스' 안에 오픈한 화랑. 고씨의 전시는 개관기념 초대전이다. 앞으로 2개월마다 작가 한명을 선정, 초대전을 열 계획이다.
이 사이버갤러리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7개국 인터넷 서비스회사와 제휴, 국제적 연계망을 갖추고 있다. 작가들은 사이버매체를 통해 해외에 소개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사이버전시의 또다른 장점은 저렴한 비용. 고씨의 경우 50만원 밖에 들지 않았다. 조각, 설치 작품을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는 데 든 비용이 전부다. 보통 전시회 한번 여는데 500만원 이상 드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사이버 전시는 겨우 시작단계. 전시회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파급력을 감안할 때, 새로운 전시 형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첫 개인전을 갖는 고씨는 `카오스@욕망을 가진 그들에게 손이 있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식물의 넝쿨손을 소재로, 손과 욕망이 결합돼 나타난 인간의 폭력성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한 식물과 동물은 공통적으로 `손'을 갖고 있다"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서울대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고씨는 1996년 중앙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3월 14일까지. (02)882－2589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