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올림픽호 '황금발'
기사입력 2000년 01월 16일 14시 25분
`한국의 히바우도' 설기현(21·MF·광운대)이 떴다.
설기현은 이번 대회서 3경기 연속골(2경기는 결승골)을 터뜨리는 절정의 기량으로 단숨에 한국 올림픽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설기현은 `준비된 선수'였다.
팀내 최고의 체력을 갖춘 설기현은 개인기, 슈팅, 헤딩력, 근성 등 어느 하나 모자란 게 없는 재목. 다만 경기중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흠이었지만 이번 호주 전훈서 이를 완전히 보완했다. 설기현의 골 퍼레이드는 화려했다.
신호탄은 9일 이집트전서 쏘아 올린 25m짜리 캐논포였다. 후반 22분 PA 왼쪽서 김도균이 흘려준 공을 그대로 오른발 슛으로 연결, 지난해 6월 아시아 1차예선 이후 반년만에 골 맛을 봤다. 탄력을 받은 설기현은 12일 나이지리아전에선 후반 23분 오른쪽을 파고 들던 박진섭이 올려준 센터링을 헤딩 골로 성공시켰다. 피날레는 절묘한 슬라이딩 슛이었다. 15일 호주전서 전반 14분 박지성이 PA 오른쪽서 올려준 낮고 빠른 센터링을 미끄러지며 오른발을 갖다 대 골네트를 흔든 것. 허정무 감독은 "체력이 워낙 좋아 더운 지방에선 진가를 발휘한다"면서 "호주 대회서 집중력과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팀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지난 10월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서 오른 팔이 부러져 뼈 사이에 철심을 박았고 이달초에도 병원서 `아직 뼈가 붙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은 상태. 하지만 고통을 꾹 참은 채 붕대를 감고 경기에 출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애들레이드(호주)=서태원 특파원 waki＠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