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첫 영화주연작 '플란다스 개' 내달 개봉
기사입력 2000년 01월 14일 14시 26분
타임머신 타고 슝, 때는 1999년 6월. 주인공 배두나.
발마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다가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출연하던 드라마, 라디오와 TV 음악 프로 MC까지 다 정리했다.
"몸도 힘들었지만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죠."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방송국에 찍히면 어떡하냐" "신인이 겁도 없다" 등등.
그래도 자신 있었다.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감독－우노필름 제작)의 시나리오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적극 찬성이었다.
"데뷔작으로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밀레니엄 스타, N세대의 표상 등등. 굳어진 이미지를 확 벗어던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순수하다 못해 천방지축인 극중 캐릭터. 오빠, 남동생 사이에서 씩씩하게 자란 그의 실제 성격과 공통분모가 많아 좋았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순수한 아파트 경비원이다. 이성재는 속물 가득한 사회에 한 발만 살짝 담그고 있는 대학 강사.
둘이 개 실종 사건에 얽히면서 벌이는 소동이 이야기의 중심 축이다. 포복절도할만한 해프닝들이 숨 쉴 틈 없이 벌어진다.
"위트가 넘치는 영화에요. 감독님의 상상력 앞에선 누구나 혀를 내두르고야 말아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웃다 웃다 눈물까지 흘렸지만 카메라 앞에선 진짜 고생했다. 아무리 힘든 장면이어도 5∼6번에 끝을 내는 이성재가 위대해보이기까지 했다.
"성재 오빠는 정말 대단해요. 주정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짜 술에 취해 있는 사람 같아요."
기본 NG 횟수가 10여번 이상. 덕분에 `두자리수 배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필름 많이 쓴다고 필름 값을 따로 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겸손'과 `엄살' 그 사이다. 촬영이 완료된 현재, 스태프들은 입을 모아 배두나를 칭찬한다. 근성과 오기로 똘똘 뭉친 배우. 신인답지 않은 연기 집중력.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크린에 대한 애정.
"전엔 연기 욕심이 없었어요. 그냥 즐거워서 했을 뿐이었죠."
그러나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연기의 참맛을 알았다. `배우 배두나'로 인정 받고 싶다는 욕심도 셍겼다.
"후회하기 싫어해요.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2월 19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관객들을 위해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냥 편하게 보면 된다"고 소개하면서도 욕심많은 배우답게 한마디를 덧붙인다.
"보면 볼 수록 재미있을 영화에요. 한번 보고 재미있다고 그냥 돌아서지 말고 꼭 한번 더 보세요. 처음 볼 때보다 더 웃게 될테니까요."
[전상희 기자 fr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