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논란 영화의 흥행 성공
기사입력 2000년 01월 12일 15시 08분
영화계에는 홍보에 관한 여러가지 말들이 있다.
`좋은 기사는 물론 좋고, 나쁜 기사도 때론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고, 제작자나 감독은 `영화가 잘되면 내탓, 못되면 홍보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영화흥행은 우선 작품의 질이 문제지만, 홍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꽤 잘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홍보전략의 미비와 실패로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지지 못한 영화가 꽤 많이 있다.
홍보도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광고이고, 또하나는 기사를 통해 영화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홍보 담당자들은 때때로 영화의 성격을 과장해 은근히 부정적으로 기사화되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성적인 문제를 다루거나 사회적으로 충격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가 특히 그렇다. 매스컴을 통해 `논란' 자체를 부채질하는 경우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16㎜ 영화, 이른바 에로 비디오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한 프로덕션에 들렸는데, 마침 그곳에는 영화담당 기자 한명이 동석을 했다.
프로덕션의 대표 Y씨가 최근에 제작했다는 비디오를 틀어주었는데, 선정적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그는 "꼭, 진짜 정사장면 같죠? 감독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실제로 그랬다(?)고 하는데, 알 수가 있어야죠"라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큰 논란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였는데 그는 너무나 쉽게 이야기했다. 은근히 그런 `논란'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또 예전에는 기자들을 만나면 `심의에 통과되지 않을 것 같다'라는 말을 했고, 요즘에는 `등급외 판정을 받을 것 같다'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
특급 영화배우를 내세워 얼마 전에 개봉한 스릴러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한 관계자가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며 "제작자인 내가 봐도 너무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와 개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것 역시 은근히 `00영화, 잔혹 장면 지나치다'는 제목의 기사를 은근히 기대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흥행을 위해선 때론 `네가티브 전략'이 더 득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