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황금의 손' 에이전트
기사입력 2000년 01월 12일 14시 12분
몇년전만 해도 한국프로야구단들은 "에이전트"라는 말만 들어도 펄쩍 뛰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는 규정상 에이전트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에이전트가 생기면 그만큼 골치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29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긴급 이사회에서는 에이전트 고용 파문을 일으켰던 LG 김동수(현 삼성)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는 등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프로야구에서 에이전트(agent)는 구단을 상대로 선수들의 연봉협상, 광고와 TV출연, 다른 팀으로의 이적 등을 선수를 대신해 처리해 주는 법정 대리인을 말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연봉 상한규정이 없는데다 계약금 지급방법 등이 다양해 선수들이 일일이 직접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대신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마케팅의 발달로 스포츠가 경영과 산업의 논리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에이전트의 역할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선수의 이미지업을 위한 활동이나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일, 미래에 대한 설계를 도우는 일 등 그라운드밖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일에 에이전트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있다.
한마디로 선수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오직 훈련에 열중하고, 에이전트는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맡게 되는 것이다.
에이전트의 수입은 연봉계약에서 받는 일정액과 연봉 이외에서 받는 기타수입으로 나뉘어진다. 연봉에서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가 5% 이내로 규정하고 있으며, 나머지 계약금이나 광고 등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계약에 따라 정해진다.
메이저리그의 에이전트 자격은 풀타임을 뛰는 메이저리그 선수 한명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노조에 정식등록을 할 수 있고 각종 규약이나 계약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야구규약(대면계약) 제 31조에 `구단과 선수가 선수계약을 체결할 때는 구단임원 또는 KBO에 등록된 구단직원과 선수가 대면해서 계약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성년자일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 대리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도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박찬호(27．LA다저스)가 지난 10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전트인 `협상의 귀재' 스콧 보라스(47)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어느새 미국 최고투수로 훌쩍 커버린 박찬호가 마냥 자랑스럽기만하다.
[부국장 joy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