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새 천년 맞아 나혜석 삶과 예술 재조명하는 전시 열려
기사입력 2000년 01월 11일 15시 29분
나혜석(1896∼1948). 그녀의 이름 앞에는 늘 `최초'라는 말이 붙는다. 국내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최초의 여성운동가. 또 소설가이자 시인, 독립운동가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모습은 베일에 싸여 있다. 시대를 뛰어넘은 자유연애와 이혼, 행려병자로 죽어간 파란의 삶이 너무 큰 인상을 남긴 탓이다. 대중의 관심도 그쪽에 쏠려 있다.
새 천년을 맞아 나혜석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된다.
예술의 전당, 나혜석기념사업회 주최로 15일부터 내달 7일까지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리는 `나혜석의 생애와 그림전.' 나혜석의 유작, 사진 자료 등 모두 80여점을 전시하는 자리다.
나혜석의 삶과 사상, 예술혼을 정리하는 전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린 나혜석 회고전 중 최대 규모다.
이번에 선보이는 것은 유작 10점을 비롯해 삽화．목판화 15점, 선전 입상작 등 사진 25점. 또 학적부, 결혼식 사진 등 굴곡많은 생의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자료 30점도 전시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유작. 작품 수는 적지만, 국내 최초 근대 여성화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전성기 시절 작품인 `파리풍경' `스페인 풍경' 등에 특히 주목할 만하다.
사실 나혜석은 다작의 작가였다. 1921년 최초의 개인전을 가진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그러나 서울시립병원 무연고자병동에서 52세의 나이로 쓸쓸히 숨을 거두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 대부분의 작품이 유실됐다. 남아 있는 것은 겨우 20여점 뿐.
이번에 그 중 10점을 만날 수 있다. 계몽적 페미니즘 의식이 반영된 목판화, 프랑스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풍경화．인물화 등이다.
새천년의 문을 열며, 시대를 앞서 살다 간 불행한 예술가의 불꽃같은 생을 되짚어볼 수 있는 전시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금．토．일 오전 10시∼오후 7시. (02)580－1300
[임정식기자 dad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