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영화'주노명…'서 억세며 가슴여린 이중적 부부상 열연
기사입력 2000년 01월 11일 15시 29분
"미연이 연기가 정말 죽이지 않아요?"
최근 영화 `주노명 베이커리'(박헌수 감독－시네마서비스 제작)의 영화관계자 시사회가 열린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제작자인 강우석 감독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미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강감독과 이미연의 각별한 친분은 89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감독의 연출작이었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 이미연은 `자살하는 여고생'으로 나와 최고의 신인으로 떠오른다.
당시만해도 `청순가련형의 대명사'이자 `하이틴 스타'로 불렸던 이미연. 그녀는 데뷔 10년여가 지난 후 출연한 영화 `주노명 베이커리'에서 그때와는 전혀 딴판인 역할로 `성숙된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남편 역의 여균동을 마구잡이로 때리면서 첫 등장신을 강렬하게 장식한다. 그녀가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빵을 여균동에게 먹으라고 하면서, 언젠가부터 집안에 빵만 사들여오는 남편을 응징하는 신이 나올 때까지도 그녀는 억센 여자로만 보인다.
여기까지는 이미연의 연기 파워가 돋보이지만, 사실은 다음부터가 더 인상적이다. 이웃집 남자의 계속된 구애에 갈등을 하면서, 여려지는 모습에서 그녀가 왜 그처럼 삶에 찌들어갈 수밖에 없었는 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
이미연을 데뷔할 때부터 지켜봐온 강감독은 "미연이가 이처럼 연기를 맛깔스럽게 해내는 배우로 성장할 줄은 몰랐다"면서 대견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연은 "때리는 연기도 요령이 없어, 실제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는데 어필 한마디 없이 이를 모두 감당해준 여균동 선배님이 너무 고마웠다"면서 "이 영화가 재미 있으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부부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영준 기자 jun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