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청소년팀 돌보며 '운명의 첫만남'
기사입력 2000년 01월 11일 14시 58분
찬호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된다.
처음 찬호를 만난 것이 91년 8월이니 벌써 9년이 돼간다.
어려서부터 야구와 농구 등 스포츠를 즐기던 나는 당시 LA 야구동호인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8월초의 토요일 나는 일이 생겨서 평소 주말에는 나가지 않는 건축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
업무를 마치고 문을 나서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야구 코디네이터를 한다는 봅 윌리엄스라는 사람인데 한국에서 온 청소년팀을 좀 도와달라고 했다.
돈이 없어 민박을 주선하고 있는데 다른 한인 단체들에 부탁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아 야구동호인협회에 전화를 했다는 것.
그렇게해서 청소년팀을 돕게 됐고 민박을 구하면서 LA에 있는 고교 동문회에 연락을 했는데 당시 공주고 동문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찬호는 김영복이라는 선수와 함께 우리집에서 1주일간 머물었다.
찬호는 정이 많고 특히 아이들을 아주 좋아해서 내 두 아들 정훈이와 정민이를 잘 데리고 놀았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함께 가고 아이들과 정이 듬뿍 들었다.
당시 찬호와 영복이가 정말 밥을 많이 먹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네식구만 있을 때는 밥솥의 반만 해도 남았는데 찬호랑 영복이가 온 뒤에는 한끼에 밥을 두솥씩 해야했다.
밤이면 또 라면을 끓여 먹고 잤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첫째 아들 정훈이가 찬호를 만나고 나서 말도 못하게 크고 건강해진 일이다.
당시 정훈이는 너무 마르고 밥도 잘 안먹어 고민이었는데 찬호가 오고 나서는 "찬호형처럼 많이 먹어야지"하며 경쟁을 하듯 밥을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밥을 제대로 먹는 버릇을 들인 정훈이는 이제 14살인데 키와 몸무게가 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컸다.
짧은 1주일이었지만 찬호와는 정이 참 많이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찬호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전화와 편지를 하고 늘 고마와했다.
나 역시 친동생같은 기분으로 서울에 일이 있어서 나가면 밥도 같이 먹고 선물도 사주고 했다.
당시 청소년팀이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했을 때 찬호는 "나도 이런 구장에서 한번 뛰고 싶다"며 부러움섞인 말을 했었다.
그러나 찬호 본인은 물론 나 역시 몇년안에 찬호가 다저스타디움의 마운드에 서게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저 큰형처럼, 막내 동생처럼 찬호와 나의 인연은 시작되고 이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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