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ark] 자가-연출가 새로운 성공 창조
기사입력 2000년 01월 11일 14시 58분
MBC TV 월화드라마 `허준'(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의 성공에 대해서는 `예상됐다'는 쪽과 `의외'라는 두가지 의견이 엇갈린다.
`의외의 성공'이란 쪽은 허준 이야기가 이미 식상했다는 입장. 그러나 `예고된 성공'이라는 입장은 의성 허준의 일대기 자체가 풍부한 드라마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산다.
수십차례 극화되고도 성공을 거둔 사도세자 이야기, 단종과 수양대군 이야기 처럼 `여러번 들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
물론 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60% 이상이 허구다. 허준의 생애에서 입궐해 전의로 일하기 전의 부분은 공식적인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기 때문. 허준의 스승인 인상적인 인물 유의태도 실재인물이 아니다.
최완규 작가에 따르면 경남 산청지방에는 극중 유의태와 이름이 비슷한 유이태라는 명의의 전설이 내려온다는 것. 전승에 따르면 유이태는 청나라 황제의 병을 고쳤다는 명의지만 허준의 스승이 되기엔 생몰연대가 100년 이상 늦다.
30대의 젊은 작가 최완규는 `허준 전문가'인 고 이은성의 틀을 허물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성공 이야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특히 그의 공이 들어간 부분은 예진(황수정)의 부각.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 다희(홍충민)와는 달리 예진은 의원의 세계에서 허준을 보살피는 존재이며, 동시에 시청자의 입장에서 허준의 성장을 살펴보는 눈 구실을 한다.
또 종래 사극에 등장하던 `궁궐에서 도끼눈을 뜨고 음모를 꾸미는 트레머리의 여인들'이나 `순종형의 현모양처'가 아닌 여성형을 부각시켰다는 점이 높이 살만한 부분.
또 `허준'을 보다 보면 전통의학 상식도 간간이 드러난다. `감기에는 유자에 꿀을 재 먹으면 좋다' `의원이 쓰는 물의 종류만도 서른 세가지나 된다'는 등의 한의학 상식을 간간이 넣은 것도 이병훈PD의 재치.
칭찬할 부분이 훨씬 많은 허준이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정사(正史)와 다른 부분을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해설해 역사 교육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는 지적이 그것.
허준의 고생이 드라마의 재미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도 추천장 때문에 스승 유의태와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등 "너무 고생이 심하다"는 의견도 만만찮아 앞으로 드라마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송원섭 기자 fivecard＠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