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슐츠의 만화 `피넛츠'중 빨강머리 아가씨 실존 인물
기사입력 2000년 01월 09일 16시 54분
지난해 말 결장암으로 은퇴를 선언한 미국의 인기 만화가 찰스 슐츠(77)의 만화 `피넛츠'의 주인공들중 `작은 빨강머리의 아가씨(the little red-haired girl)'가 실존 인물이었으며 슐츠가 그녀를 실제로 사랑해 구혼했으나 거절당한 가슴 아픈 실연담이 뒤늦게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A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작은 빨강머리의 아가씨는 금년 70세의 도나 울드씨. 그녀는 슐츠의 만화주인공처럼 실제로 빨강머리를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백발이 성성하다.
미국 미네아폴리스에서 태어나 세인트 폴에서 성장한 슐츠는 2차대전 참전후 귀향해 미네아폴리스 시내에 있는 미술학교의 강사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이 미술학교의 경리국에서 일하는 빨강머리의 아가씨 도나 울드씨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가 처음 프로포즈를 했을 때 전 정말 괴로웠어요. 그 때는 나도 그를 사랑했으니까요"라고 울드씨는 말했다. "두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슐츠의 청혼을 거절하고 7학년 때부터 사귀었으며 같은 교회에 다니는 미네아폴리스시의 소방대원 앨런 울드씨와 결혼했다. 이들은 네자녀를 낳았다.
슐츠의 만화 `피넛츠'는 1950년 10월 2일 7개 일간지를 통해 데뷔했다. 슐츠는 자신의 분신격으로 남자 주인공에 찰리 브라운이란 이름을 붙였고 자신의 청혼을 거절한 도나를 작은 빨강머리의 아가씨로 그리기 시작했다.
도나 울드씨가 슐츠의 청혼을 거절하고도 그의 만화에서 분신의 짝사랑에 영감을 주는 인물로 묘사된 것. 슐츠는 지난 1997년 스타 트리뷴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 작은 아가씨를 사랑했다. 그러나 나를 아무 쓸모 없는 만화가로 본 그녀의 어머니를 설득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패한 첫사랑은 결코 잊지못하는 모양이다."
울드씨는 결혼하고도 작은 빨강머리의 아가씨가 등장하는 슐츠의 만화들을 모았고 슐츠가 암진단을 받은 이후에는 그의 부인 진 슐츠여사와 대화를 나누곤 한다. 울드 부부는 오는 10월 결혼 50주년을 맞는다.
은퇴를 선언한 조지 슐츠의 `피넛츠'는 지금까지 전세계 2600개의 신문에 연재됐으며 다음달 13일 일요판 신문에 주인공들이 모두 잠자리에 드는 장면으로 대단원을 장식한다.
[석광인 기자 kisu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