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튀는 삼손' 보다 '알짜 삼손' 되라
기사입력 2000년 01월 07일 14시 11분
보스턴에서 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우스터(Worcester)라는 도시는 한때 메사추세츠주 공업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공장들이 멕시코로 속속 이전하면서 몰락을 거듭, 영하의 날씨 속에 더욱 썰렁한 이 도시 중턱에 자리잡은 메사추세츠 대학병원이 바로 7일(이하 한국시간) 프로야구 선수 이상훈(29)이 제3의 도전을 시작한 곳이다.
`야생마'라는 별명으로 한국 야구를 풍미하고, `삼손'으로 일본 야구계를 호령하던 이상훈.
한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야구의 최고봉인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이상훈은 늘 그대로의 거칠 것 없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술 마시냐는 의사의 질문에 "아주 많이"라고 대답하고, 헤어 스타일에 신경을 쓰는 보스턴 구단의 태도에 "(내 방식으로) 길들이면 되죠"라며 시원시원하다.
운동 선수만큼 자신감이 중요한 직업도 많지 않으니 이상훈은 일단 큰 장점을 안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셈이다.
그러나 호랑이굴로 뛰어드는 만큼 보스턴이라는 곳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풍의 건물들이 즐비하고 하바드 대학이 자리한 보스톤은 미국내에서도 알아주는 전통과 보수와 자존심의 도시다.
이 도시의 영웅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지난 시즌 훈련 시간에 20분 늦었다고 그날 등판 일정에서 밀려나기도 했었다.
`염색은 자유고 머리카락의 길이는 어깨 정도까지 기르는 것도 무관하다' 것이 구단의 입장이고 보면 현재 이상훈의 스타일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강한 개성은 지키되 `유난히 튀는 녀석'이라는 인상은 심어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1918년 이래 81년 동안 한번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해 베이브 루스의 잘못된 트레이드로 `밤비노의 저주'에 걸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레드삭스 팬들은 우승에 목말라 있다.
소속팀마다 우승을 엮어낸 이상훈이 2000년 시즌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일조한다면, 허풍 좀 보태서 발목까지 머리를 길러도 보스턴에서 그에게 손가락질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개성 발휘'보다는 `실력 발휘'가 먼저다, 특히 보스턴에서는.
[우스터(미국 메사추세츠주)＝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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