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관중이 쏜 새총맞고 투수 강판
기사입력 2000년 01월 07일 14시 11분
프로야구경기에서 홈팬들의 성원은 어느 구장을 가나 대단하다. 이같은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등에 업은 선수들은 신바람을 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부담을 느껴 제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홈관중들의 이같은 응원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 상대선수를 미워하는 `비뚤어진 애향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90년 5월 16일 대구에서 벌어진 삼성과 롯데의 시즌 8차전이 그런 경우다.
8회까지 3－6으로 뒤지던 홈팀 삼성은 마지막 9회말 4번 이만수가 롯데 두번째 투수 서호진(8회)으로부터 2점홈런을 터뜨려 5－6 1점차로 따라붙었다. 삼성의 무사 1루 역전찬스가 계속되자 다급해진 롯데는 좌완 김종석을 마운드에 올려 불을 끄게했다.
문제가 일어난 것은 그 다음이었다. 김종석은 첫 타자 삼성 6번 이현택에게 5구째를 던져 볼카운트 2－2가 됐을때 갑자기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마운드에 힘없이 주저앉아버렸다.
롯데벤치는 물론 관중들도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으나 1루 관중속에서 새총으로 정확하게 김종석의 이마를 맞힌 것을 뒤늦게 알고는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관중이 쏜 새총을 맞은 투수가 강판되는 한국프로야구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김종석은 눈썹 윗부분이 약간 부어 올랐을뿐 상처는 생기지 않았으나 계속 통증을 호소해 결국 안창완으로 교체됐고, 이 때문에 경기가 약 5분간 중단됐다.
야구규칙(3.05 b항)에는 어느 투수를 대신해 구원에 나선 투수는 그때의 타자 또는 대타자가 아우트되거나, 1루로 나가거나, 공수교대가 될때까지 투구를 해야하지만 주심이 그 투수의 부상 또는 질병을 인정했을때는 교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김종석은 단 한명의 타자도 처리하지 못했지만 물러날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경기는 롯데가 관중까지 합세한 삼성의 추격을 뿌리치고 6대5로 신승했다. 롯데 선발 박동수는 1패후 시즌 첫승리를 올렸고, 안창완은 타자 2명을 상대하고 6게임만에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93년 6월 3일 광주에서 벌어진 해태－삼성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1차전서 2개의 홈런을 터뜨린 삼성 4번 이만수가 1루측의 한 관중이 그물망사이로 던진 100원짜리 동전을 눈가에 맞은 일도 있었다.
80년대 후반에는 일부 관중이 콩을 새총알로 사용해 외야에서 수비하던 선수들을 정확히 맞힌 일이 종종 벌어졌는데 외야수들은 처음에는 모기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나마 동전에 비하면 콩알은 `애교'로 여겼던 그 옛날의 야구장 풍경이다.
[부국장 joy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