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87)
기사입력 2000년 01월 06일 14시 53분
-두두두두~
부슬비가 흘러내리는 가운데 독도로 접근하는 헬리콥터 소리가 더욱 경쾌하게 들려왔다. 선두의 공격헬기는 모두 네 대였다. 그리고 그 뒤로 뭉툭하게 생긴 수송헬리콥터 10여대가 몰려오고 있었다.
코브라 공격헬기들은 독도를 1㎞쯤 앞두고 두 대씩 편대를 나눠 흩어졌다. 그리고 독도의 본섬인 동도의 남쪽과 북쪽을 동시에 압박하는 형세로 접근했다. 독도를 포위하려는 것이었다.
공격헬기들이 가까워지면서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확성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신석우 경위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강꼬꾸군운…. 다케시마에사…. 무라나라. 반보꾸한다！ 항꾸군운 다케시마에사 무라나라！
"으하하！ 이런 망할 자식들 보게."
뜻밖에도 신석우 경위의 입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코브라 공격헬기 앞에서도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단지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어설픈 한국말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코브라 공격헬기 한 대가 독도경비대 본관 건물 쪽 앞에서 공중정지비행에 들어갔다. 헬리콥터 앞부분에 장착된 20㎜ 발칸포의 총열이 정확하게 건물을 겨눴다.
섬뜩했다. 신석우 경위는 바로 머리 위에 총구를 들이댄 것처럼 느껴졌다. 코브라 한 대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독도의 경비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주변을 천천히 선회했다. 그리고 위장망으로 덮힌 기관총 진지 앞쪽 상공에서 갑자기 정지비행에 들어갔다. 헬기 조종사들이 위협을 느낀 모양이었다.
-여기는 3초소！ 헬기가 사격권 내에 들어왔습니다. 대장님. 쏩니까? 으아！
"대기하라！ 아직 대기하라！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절대 발포하지 마라！"
신석우 경위가 황급히 3초소를 불러 진정시켰다. 바로 앞에 헬리콥터가 떠 있으니 대원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헬기 로터에서 발생한 강력한 바람이 3초소 주변의 돌가루를 공중에 날리고 있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응답하지 않는 무전기를 신석우 경위가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상부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독도 경비대의 최고 책임자는 바로 신석우 경위였다.
신석우는 어떻게든 전투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소망에 불과했다. 일본 자위대는 독도를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코브라 헬리콥터에는 육상자위대라는 흰색 한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공격헬기는 마치 쥐를 궁지에 몰아 장난치는 고양이처럼 3초소 정면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쪽 본관을 겨누는 또 다른 한 대는 신석우 경위가 조종사와 포수의 얼굴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짧은 시간, 신석우는 코브라 헬기의 앞좌석에 탑승한 포수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다고 느꼈다. 신석우는 그것이 이죽거리는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요란한 총성이 울려퍼졌다.
3초소에서 예광탄 줄기가 솟구쳤다. 그리고 동시에 그쪽에 있던 코브라 헬리콥터로부터도 붉은색 예광탄이 3초소를 향해 쏟아졌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신석우 경위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피해！"
이제 본관 건물을 겨누고 있는 코브라 공격헬기에서 기관포탄이 쏟아질 때였다. 신석우 경위가 엄폐진지를 향해 뛰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