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행복한 장의사'] 웃음으로 들여다 본 '죽음 그리고 삶'
기사입력 2000년 01월 05일 15시 31분
죽음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삶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있겠는가.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마냥 슬프지만도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98년 우노필름에서 제작한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감독)는 눈물을 극도로 억제한 채 죽음이란 문제를 다뤄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에서 한석규와 심은하가 그린 사랑이야기는 `시한부 삶'이란 조건으로 인해 더욱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다가왔다.
우노필름에서 제작, 8일 개봉되는 `행복한 장의사'(장문일 감독)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매우 이색적인 방법으로 그린 작품이다. 죽음에 대해 말하면서도 계속 관객들을 웃기는 영화가 바로 `행복한 장의사'다.
장문일 감독은 죽음을 직업으로 삼은 장의사들의 모습을 통해 삶을 들여다본다.
영화의 배경은 시골 읍내의 장의사집.
파리만 날리는 장의집엔 네명의 주인공이 있다. 평생 동안 장의 일을 해온 할아버지(오현경), 오락실을 차리는 게 꿈이지만 할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일을 배우는 손주(임창정), 할일없이 장의사집을 기웃거리는 동네 수퍼집 아들(정은표), 이 마을 사람도 아닌데 느닷없이 장의 일을 배우겠다고 나타나는 중년 남자(김창완).
손님(?)이 없어 도상훈련만 하던 장의사집 사람들에게 먼 동네에서 과부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을 따내는 방법은 먼저 가서 조등을 다는 것. 임창정은 자전거를 타고, 죽어라 달려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조등을 다는 데 성공한다.
첫번째 장의. 과부의 가슴엔 칼이 꽂혀 있다. 이들이 칼을 빼는 과정에서 뻣뻣한 시신이 로버트처럼 움직이고, 초짜들은 혼비백산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표정은 너무나 담담하기만 하다.
이들은 첫번째 장의 일을 한 후 악몽에 시달리지만, 몇차례의 죽음을 접하면서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웃기다가, 거의 끝날 때쯤 인생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묻는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무거운 주제를 코믹 터치로 그리면서도, 천박하지 않게 풀어낸 솜씨가 신인감독답지 않다"고 평했다.
전문가 평점.
양윤모(영화평론가)－★★★
김시무(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