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현주엽 '골드뱅크 오길 잘했네'
기사입력 2000년 01월 05일 13시 42분
◇함박눈이 내렸던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골드뱅크 이건화 대리는 서울 구의동 SK 숙소를 찾았다.
이른바 `성탄 빅딜'로 일컬어지는 두구단의 트레이드가 이날 오전에 발표되자마자 이대리는 고려대 후배인 현주엽을 데려오기 위해 SK 숙소를 방문한 것.
일부러 선수들이 오전훈련을 벌이는 틈을 타 현주엽의 이삿짐을 챙겨 빠져나오려던 이대리는 우연찮게 서장훈을 만났다.
한창 체육관에서 비지땀을 흘릴 시간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잔뜩 잠에 취해 있었단다.
"장훈이 너 왜 여기 있냐?"
"전 원래 오전훈련은 안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서장훈과 현주엽은 SK의 오전훈련에 모두 열외를 인정받았다.
서장훈이 입단과 동시에 "오전에는 쉬겠다"는 선언을 했던 것.
휘문고 1년 선배인 서장훈이 오전훈련을 하지 않는데 자존심으로 따져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현주엽이 가만 있었을까.
"나도 안해."
이대리는 "대학시절 훈련마다 늘 솔선수범했던 주엽이가 SK에서 장훈이와의 미묘한 자존심 대결로 속앓이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골드뱅크 유니폼을 입은 뒤 현주엽은 "프로 입문 이후 요즘처럼 마음이 편한 적이 없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는다.
현주엽은 골드뱅크로 옮긴 뒤 모든 훈련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으며 밤에 체육관 전원을 켜는 일도 그가 한다.
지난 연말 현주엽은 팀선배인 정진영 장창곤, 동기 변청운 등과 함께 골드뱅크 숙소 근처에서 망년회를 겸한 상견례를 갖고 회포를 풀었다.
이날 모임 말미에 현주엽의 입에서 나온 말.
"우리 한번 멋지게 해봅시다."
[류성옥 기자 watchdo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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