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간판 정비 '거리미화냐? 획일화냐?'
기사입력 2000년 01월 04일 14시 39분
최근 서울시의 `간판 개혁'이 시작되면서 시내 중심 거리들이 `낯설게' 바뀌고 있다.
깨끗한 도시환경을 위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각 구의 거리 한곳씩을 시범 거리로 지정, 간판 정비에 착수했다.
시범 거리로 선정된 곳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를 비롯해 종로구 인사동길, 마포구 홍대앞길 등 명물거리가 대부분이다.
연세로 정비를 맡고 있는 서대문구의 경우, 간판 색깔을 정하기 위해 이화여대 색채디자인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하고 신촌 주민@학생 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젊음과 학문의 거리를 상징하는' 6개 색깔을 지정, 건물의 색에 따라 엷은 살색, 옥색, 흰색 등을 배정했다.
간판 모양은 앞쪽으로 약간 불룩한 형태 한가지다.
그러나 시에서 정해준 간판 모양이 너무 단순하고, 색깔도 다양하지 않아 업소 주인들이 `거리미화가 아니라 획일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연세로에서 커피전문점을 하는 이모씨(37)는 "찻집이든 서점이든 한 건물에 있는 모든 업소가 한가지 색깔을 바탕으로 한 간판을 달아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규정"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직원은 "우리 가게는 전세계적으로 빨강색 간판이 상징인데, 흰색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여기가 평양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시민들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를 걸어다닐 보행권과 시각 환경권을 가졌다"며 "반발은 조금 있지만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대 앞에 사는 최혁진씨(23．고려대 신방과 2년)는 "간판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도시정비를 위해서는 노점상부터 없애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영주 기자 sun＠sportschosun.com]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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