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84)
기사입력 2000년 01월 03일 15시 39분
"총리대신！ 해상자위대가 운영하는 대잠전센터는 아시다시피 미군과의 공동시설입니다. 그리고 공동운영 중입니다. 조금 전에 드린 대잠전센터의 보고서는 미국도 이미 검토를 끝낸 것입니다."
다카다 해막장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수상의 또다른 질문이 터져나왔다.
"다카다 해막장. 그렇다면 한국측이 제공한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없는 것입니까?"
"가능성은 적습니다. 총리대신."
다카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수상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 긴 한숨으로 인해서 다카다도 수상이 원하는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수상이 원하는 답변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여러분들은 다케시마를 회복하는데 필요한 좋은 핑곗거리가 이제 사라졌다고 생각하십니까? 오야시오를 한국 잠수함이 침몰시킨 게 아니라구요? 침몰한 게 사고 때문이었단 말입니까?"
수상이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쓰윽 한 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해자대가 한국 해군을 공격한 게 오인 공격이었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빌미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다케시마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사고였다구요? 그럼 오야시오의 침몰과 비슷한 또다른 사고를 계속 만들어야겠군요！"
수상이 테이블을 손으로 세차게 두들긴 다음 부릅뜬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그는 과연 그것이 정확한 표현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상황을 넘어서는 발언이었다.
이제 그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미우라 방위청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고서 뭉치를 손에 든 미우라는 해상막료장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다카다 해막장！ 그러나 한국측의 자료는 대상이 불명확한 것이 아닙니까? 그 음향데이터가 사고 해역에서 잠수함이 침몰했다는 것은 증명합니다만, 그것이 오야시오인지는 확실히 증명하지 못합니다. 다른 잠수함이 침몰한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침몰 잠수함이 오야시오라는 것은 음향데이터에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다카다 해막장이 방위청 장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됐습니다！ 한국측 자료는 이제 무시합니다. 총리대신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다케시마 사태를 처리하는 데는 내각의 일치 단결된 힘이 가장 필요할 뿐입니다. 여기서 센카쿠 사태를 잊으신 분들이 있습니까?"
미우라 방위청 장관의 목소리가 차갑게 떨리고 있었다. 일본이 여기서 물러난다면 중국과 대만에 빼앗긴 센카쿠 제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협상 중인 북방 4개 도서 문제에서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에 휩싸이게 된다. 다케시마 사태에서 내각이 주춤거릴 경우 되돌아오는 것은 내각 총사퇴였다. 내각 구성원들은 그것이 두려웠다.
방위청 장관이 천천히 수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수상이 결론을 내릴 때였다.
"통막장！ 그리고 각 자위대 막료장 여러분. 이번 사태는 일본의 국운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여러분들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자위대가 일본 국민의 군대라는 것을 절대로 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이제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오스미 전단은 예정된 시간에 예정된 공격을 수행합니다."
수상이 굳은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이었다. 그러나 수상은 미국을 방관자로 남겨둘 복안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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