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노트] 궂은일 마다않는 단장 - 감독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4시 09분
해태의 전지훈련장인 알라와이 구장엔 감독도, 단장도, 코치도 없다.
오직 타이거즈 구단직원들이 있을 뿐이다.
먼저 김응용감독.
한국시리즈에서 9차례나 우승한 `천하의 명장'으로 통하는 김감독이지만 알라와이구장에선 다른 선수들과 똑같다.
타격을 도와주기 위해 티（T）위에 배팅볼을 올려주고 프리배팅땐 외야에 나가 일일이 볼을 줍는다.
장비나 짐 옮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해태 사령탑으로 앉은뒤 처음있는 일.
김감독은 구단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하와이에 오기 전 한국에서 국제면허증까지 딴뒤 외출이나 구장 이동 등 필요할 때마다 직접 차를 몰고 다닌다.
다음은 최윤범단장.
아예 `볼보이'로 전업할 판이다.
살이 지글지글 타는 듯한 하와이의 뙤약볕 아래 2∼3시간 동안 서 있으면서 외야로 날아오는 공을 부지런히 바구니에 주워 담는다.
6명의 코치진들.
배팅볼 투수가 없어 그 역할을 대신 떠맡고 있다.
매일 200∼300개의 공을 뿌리다 보니 이젠 웬만한 투수보다 스피드와 컨트롤이 좋을 정도로 이력이 났다.
때로는 선수들을 실어나르는 미니버스의 운전기사가 되고, 홍백전이 열리면 마스크와 프로텍터를 쓰고 포수 뒤에 앉는 심판이 된다.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구단직원들은 매니저와 통역 각 1명, 트레이너 3명 등 5명이 전부.
김응용감독은 "예산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을 하려면 서로 도와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한사람이 백사람 몫을 한다는 `일당백'이라는 말은 해태의 스프링캠프에 꼭 들어맞는 말이다.
[호놀룰루（미 하와이주）＝김상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