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현대속에 꽃피운 전통의 '회귀'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5시 21분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낸다는 이 말은 21세기를 앞둔 세기말 한국화단에 좋은 지침이 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장르구분을 떠나 한지나 먹을 주재료로 한국적 미감을 담아온 중견작가들이 세계시장에서 얻은 좋은 반응 역시 `전통'이야말로 무한한 보고(寶庫)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바젤아트페어, 파리국제미술견본시에서 각각 10여점의 출품작을 매진시키며 한국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병종씨.
문예(文藝)를 겸비한 대표적 화가로 불리는 그 역시 `전통'을 스승으로 삼는다.
"모든 공부의 핵심은 우리 전통에 있습니다. 많은 독서와 사색, 체험 속에 자생적인 자기 이론과 실기를 갖춘다면 얼마든지 비전이 있습니다. 지금 현대미술은 `동양성'으로 회귀하지 않습니까."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4년만에 갖는 `김병종, 생명의 노래'전은 그의 이런 주장을 직접 보여주는 현장.
토담과 장판을 떠올리는 누르스름한 한지 위에 새, 물고기, 꽃, 나비, 구름, 바위, 아이 등이 기운생동한 호방한 붓질로 피어오른다.
`생명의 노래' 연작 45점에선 한국화의 주특징인 사의성(寫意性)이 구상과 추상의 조화로 살아나고, 필선은 한층 역동적으로 변해 남성적이고 호방한 맛을 풍긴다. 절제미도 강해졌다. 전통을 내포하면서 현대로 외연을 감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의 작가'전(6월 15일∼8월 5일) 초대작가로 수묵－채색화 작가 김호석씨(42)를 선정한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성철스님 다비식을 묘사한 대작 `그날의 화엄'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김씨는 80년대 수묵운동에 참여하며 자기발전을 거듭해온 작가. 특히 조선 후기의 단절된 전통인물 초상화를 연구, 기법을 전승해 오늘날의 인물과 삶을 묘사하며 침체에 빠진 한국화단에 대안을 제시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정준모 학예연구실장은 "최근 화단은 중심의 상실과 이슈 부재속에 서구 편향적인 현대미술이 판을 친다.
세계적으로 서구문화를 대체할 문화로 동양문화가 떠오르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너무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에 무관심했다"면서 "김호석씨 선정은 우리 미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미술문화의 전형창조를 위해 또다른 자기변신이 요청되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 밝혔다.
[이화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