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 정치권 - 문화예술계 - 군부대까지
기사입력 1999년 03월 02일 15시 46분
이제는 대통령이 보는 일만 남았다.
개봉이후 연일 매진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첩보액션영화 `쉬리'(강제규감독_강제규필름 제작)는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떠올랐다. 일반관객은 물론 정치권, 문화예술계, 심지어는 군대에서조차 `쉬리'를 정훈교육용으로 보급하기로 했다니 말 그대로 `국민영화'가 돼버렸다.
`쉬리'가 개봉될 때만 해도 그저 `확실한 흥행성공작'으로 꼽히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영화의 `신분'이 180도 달라졌다. `쉬리'를 안보면 유행에 뒤떨어질 듯한, 마치 `왕따'가 될 듯한 위기감에 사로잡힌다는 대중이 한둘이 아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아예 국회의원들을 우르르 대동하고 극장으로 직접 나갔다. 대중의 정서와 심리를 재빨리 눈치채야 하는 정치권으로서는 `쉬리' 선풍의 이유가 궁금했을 터지만 `시위용'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김종필 총리는 필름을 공관으로 가져와 시사회를 가졌다는 후문이다. 이유는 물론 "왜 그토록 대중이 `쉬리'를 보고 싶어하는 것일까"였다.
구체적인 감상소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변인을 통해서는 "왜 젊은이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는 걸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다.
개봉 전 국가정보원은 특수정보요원들의 활약을 담았다는 영화의 내용 때문에 시사회를 가졌는데, 시사회 후 잔뜩 고무되어 `쉬리'의 제작지원사인 삼성영상사업단에 "한국영화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던 것도 이같은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하긴 `쉬리'가 평일에도 서울의 24개의 극장에서 하루 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을 때, 그밖의 영화들은 하루 2∼3천명선에 그치고 있으니 비교자체가 되질 않는다. 지난 주말에는 사상 최대치인 7만2천명을 동원, 서울 100만명 기록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영화홍보사인 올댓시네마측은 서울관객 100만명 돌파 기념 이벤트를 당초 12일에서 일주일 가량 앞당겨 5일쯤 태평로의 시넥스극장 앞 광장에서 가질 계획이다.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등 주연배우와 강제규 감독 등이 관객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야외파티'형식으로 꾸며보겠다는 것인데, 벌써부터 관할 경찰서 등에서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대통령은 언제쯤 `쉬리'를 볼까.
[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