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부러운 일본의 야구열기
기사입력 1999년 03월 02일 15시 24분
일본은 `야구 천국'이다.
전국민이 팬이라고 단정을 지어도 어색하지 않다.
아기자기하고 세밀한 플레이가 `경박단소（輕薄短小）'를 중시하는 국민성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최고 인기구단인 도쿄 연고지의 요미우리를 보면 `국민 스포츠'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요즘 일본 스포츠신문들의 핫이슈는 프로야구 12개팀의 스프링캠프이고, 그중 요미우리의 미야자키 훈련 소식은 단연 으뜸이다.
`미스터 베이스볼'로 불리는 국민영웅 나가시마 감독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25일 스프링캠프 마지막 청백전서는 3만여명이 몰렸다.
시영구장으로 들어가는 2개의 진입로는 아침 일찍부터 심한 몸살을 앓았다.
구장의 수용인원은 불과 1만2천∼1만3천명. 한장당 800엔（약 8천원）의 표가 일찌감치 동이난 사실을 알면서도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도쿄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 버스를 대절해 단체관람을 온 노인들과 50대 어머니가 남편을 팽개친채（?） 20대의 딸과 함께 선수단 숙소 인근에 호텔을 잡고 겨울휴가를 보내는 장면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놀랍게도 시범경기도 아닌 연습경기가 모두 니혼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인기 드라마보다도 시청율이 훨씬 높다고 하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최근 5차례의 연습경기에 몰려든 인원은 15만여명.
한국에서는 포스트시즌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팀들의 스프링캠프 분위기도 엇비슷하다.
개인적인 특성이 강하면서도 하나의 목표가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일본인들.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게 야구인지 모른다.
[오키나와＝양정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