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이회택 감독 유럽명문팀 공부에 삼매경
기사입력 1999년 03월 02일 15시 24분
전남 드래곤즈의 이회택감독（53）이 비디오광이 됐다.
제9회 아시안 컵위너스컵 8강전을 치르기 위해 홍콩에 머물고 있을때도 이감독은 거의 매일 밤 비디오와 마주한다.
초저녁 잠이 없는 이감독은 자정을 넘기는 건 보통이었고 낮에 커피라도 마셨다하면 동틀 무렵까지도 TV앞을 지킨다.
이감독이 이토록 `탐닉하는' 필름은 과연 무얼까.
그것은 영화도, 드라마도 아니다. 고교 코치들이나 볼 법한 4-4-2 시스템에 관한 축구의 포메이션 필름과 이 전법을 구사하는 유럽의 명문 클럽들의 경기장면들이다.
"기초부터 다시 곱씹어 보려구. 6년만에 프로무대에 복귀하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
홍콩 해피밸리와의 경기를 갖기 전날인 지난 27일 밤, 이감독은 공격수 부재를 걱정했다.
부상으로 빠진 노상래와 해외 이적으로 합류하지 못한 김도근의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비디오 시청을 잊지 않았다.
경기 당일, 이감독은 미드필더였던 김인완과 신인 정윤길, 김해출을 번갈아 투톱으로 내세웠다.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한참동안 무언가를 설명했고 경기 도중에도 쉬지 않고 고함을 치며 주문했다.
결과는 3대0 승리.
"아직 맘에 들지는 않지만 조금씩 4-4-2가 익숙해지는 것 같군. 비디오광이 된 보람이 있는 걸."
숙소로 돌아온 이감독은 시험을 잘 치룬 수험생의 얼굴로 한 무더기의 비디오 테이프를 짐가방에 꾸렸다.
[홍콩＝서태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