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음식기행] 태국의 멘다 튀김 (1)
기사입력 1999년 03월 01일 16시 27분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사는 지구촌에는 나라마다 독특한 별난 음식들이 많습니다.
스포츠조선은 세계의 진귀한 요리들을 소개하는 `몬도가네 세계 음식 기행'을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합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여행 칼럼을 많이 써온 연호택 교수(관동대 영문과)가 안내하는 `세계 음식 기행'에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바랍니다.
◇태국인들의 주식은 우리처럼 쌀이다.
그러나 그들이 먹는 쌀은 밥으로 지어 놓으면 콧김만 훅 불어도 날아갈 듯 푸석푸석한 안남미(알랑미)다.
태국 사람들은 소화가 잘되는 안남미를 카오 수어이(kho suay), 우리네 것과 같은 찰진 쌀은 카오 니이오(khao nee_oh)라고 부른다.
쌀로 따져 봤을 땐, 태국의 음식 문화는 유별난 것도 아니고, 흥미로울 바도 없다.
그러나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은 태국의 젊은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무언가를 사서 먹는 모습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지게 된다.
교복을 입고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 여대생들(태국 여대생들은 대체로 흰색 상의에 검은 치마를 교복으로 입는다)도 예외는 아니다.
신문지 따위로 만든 엉성한 봉투에 담긴 먹거리를 맛있게 쪽쪽 빨아먹는다.
번데기일까, 골뱅이일까?
궁금해 다가가 곁눈질로 살펴보면 으악, 비명이 나오게 마련.
태국 여자들이 즐겨먹는 군것질거리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멘다(menda:현지 발음은 멩다에 가까움) 튀김이다.
멘다는 물장군 비슷하게 곤충으로 마치 바퀴벌레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보기엔 바퀴벌레를 먹는 것처럼 쇼킹한 것이다.
멘다의 크기는 아이들 새끼 손가락 만하다. 태국 처녀들은 이걸 튀긴 것을 한 봉지에 10바트(380원) 주고 사서 꽁무니를 빨아 속을 빼먹는데, 꼭 벌레 내장을 먹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기겁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태국의 시골에 가면 밤에 불을 밝히고 그물을 쳐서 멘다를 잡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별로 힘들이지 않고 용돈 벌기에 딱 좋은 일이다.
멘다의 수컷은 향기가 독특하다. 남 프릭(naam phrik:잘게 썬 쥐똥고추와 마늘, 레몬즙, 생선젓갈을 혼합한 것)에 담가뒀다가 먹으면 식욕이 증진된다고 한다.
그러나 태국 여성들은 멘다 암컷의 알을 즐겨 먹는다. 태국 여자들이 멘다의 꽁무니를 빠는 것도 암컷의 알을 먹기 위해서다.
하지만 어디 알만 먹게 되는가. 내장도 딸려 나올 수밖에.
태국 여자들은 멘다 암컷을 더운 물에 살짝 데쳐서 고추와 박하잎 따위와 함께 얌(yam:샐러드, 혹은 무침)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별미로 즐기는 것이다.
멘다와 관련한 재미있는 상식 한가지.
태국 남자들 중에는 아내나 여동생, 심지어는 딸을 유흥가로 내보내 돈을 벌게 하고, 퇴근 시간에 맞춰 영업장 앞에 오토바이를 대놓고 기다렸다가 번 돈을 가로채는 얄미운 족속들도 있다.
태국 사람들은 이런 몰염치한 `기둥서방'들을 멘다라고 부른다.
멘다는 암컷이 수컷을 등에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수컷의 삶이 편하다는데서 유래된 것이다.
연호택 교수(관동대 영문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