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플라리스 랩소디 (1)
기사입력 1999년 03월 01일 16시 27분
`뱃사람들의 노래'
나는 돛대에 매달린 뱃사람
선장님의 파이를 훔쳤다네
노발대발한 선장님은 매달린 나에게 외쳤지
이놈! 이놈! 키 드레이번에게 잡혀갈 놈!
키 드레이번이 우리 배를 덮쳤다네
키 드레이번은 현상 붙은 대해적
바다 위를 떠다니는 모든 것을 훔친다네
대해적 키 드레이번은 붙잡힌 선장님에게 외쳤지
하! 히! 호! 널판지를 가져와 뱃전에 걸어라! 불쌍한 선장님은 새파래졌다네
갑판에 길게 놓인 널판지
주춤주춤, 선장님. 그러나 키 드레이번이 등을 쿡 찔렀지
비명소리만 남기고 선장님은 바다에 빠졌네
하! 히! 호! 이 배는 선장을 따라가라! 가련한 우리 배는 바닥에 구멍이 뚫렸지
나는 돛대 덕분에 살아난 사람
부러진 돛대에 매달려 바다를 표류했지
수평선 위에 돛이 나타났을 때 나는 외쳤지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젖고 불쌍한 뱃사람 살려
자마쉬행 화물선에 실려 땅을 밟았네
구름을 바라보고 바람을 가늠하는 뱃사람의 생활 멋지다 말하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겠네
편안한 주점에 앉아 뱃사람의 노래를 부르는 편이 훨씬 낫지!
돛대에 매달려 살아 보겠나?
제국력 1024년. 1000년제를 지낸지도 24년이 되어가는 이 해는 제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기억을 남긴 해이기도 하고 동시에 많은 것이 불확실한 해이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남해를 휘젓는 해적 키 드레이번의 행패는 이제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수부의 임금과 화물선의 운임이 폭등했기 때문에 뱃사람들에게는 좋은 시절이기도 했다.
수부들은 미신적이었기에 오히려 정체가 확실한 위험, 즉 해적이나 태풍 등에 대해서는 겁내지 않는다.
수부들을 겁나게 하려면 수천 척의 군함을 끌고 가기보다는 뒤집어 쓸 하얀 시트를 가져가는 편이 훨씬 낫다는 농담처럼.
이상한 일이지만, 키 드레이번의 행패 때문에 남양 항로는 그 이전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1024년 봄. 아름다운 왕녀가 먼 나라의 기사단장에게 시집을 가기 위해 이 황금의 항로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용모 때문에 제국 각국의 사교계에 파다한 소문을 퍼트리는 왕녀의 이름은 율리아나 카밀카르.
카밀카르 왕국의 국왕 라힘턴 3세의 셋째 왕녀였다.
그녀가 마침내 결혼한다는 소문은 전대미문의 뉴스거리가 되어 제국 전체에 파다하게 퍼졌다.
그리고 그 소문은 어떤 사나이의 귀에도 당연한 것으로 들렸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