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16년간 안중근 의사 참배하는 다이겐씨
기사입력 1999년 02월 28일 14시 59분
"3·1절 80주년을 맞아 한일간의 묵은 감정이 봄눈 녹듯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안중근의사의 영정 앞에 매일 새벽 참배하는 일본인이 있다. 그것도 16년동안.
일본 미야기현 다이린사 주지 사이토 다이겐씨（64）.
그는 참배에 만족하지 않고 안의사에 대한 연구에 몰두, 책을 내기도 한 일본내 몇 안되는 `안중근 전문가'.
이때문에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많은 살해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미야기현내 초-중-고교는 물론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강연요청이 쇄도할 정도다.
조선말 한일간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단체로 절로 찾아와 현장 강연을 받고 간다.
안중근의사와 이토 히로부미의 경호원이었던 지바 도이치씨 영정이 모셔진 법당 옆에는 미야기현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든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살해와 조선침략사'에 대한 자세한 역사 도표가 그려져 있다.
"안중근의사는 왜 일본인들이 영웅으로 여기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는가, 그 배경을 알아야 당시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합니다"
사이토씨는 16년전 다이린사 주지로 있던 아버지를 통해 우연히 안의사와 지바씨의 `우정'에 대해 듣게 됐다.
지바씨는 안의사가 여순감옥에 투옥됐을때 간수로 일했다. 모시던 상관을 죽인 `흉악범'으로 알고 적의를 품었건만, 안의사의 굳굳한 기상과 독실한 신앙생활에 감복해 존경하게 됐다.
안의사는 사형당하기전 군인의 신분이어서 마음껏 도와주지 못한 점을 가슴아파하는 지바씨에게 `위국헌신군인지본'（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충성을 다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한자휘호를 써주었다.
지바씨는 자신의 집 법당에 안의사의 사진과 휘호를 걸어놓고 매일 아침 참배를 했고 지바씨가 죽은뒤에는 부인, 조카들이 이 일을 맡았다. 다이린사에는 지바씨 가족 묘가 있다.
1979년. 아사히 신문 기자였던 사이또씨는 아버지로부터 이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한국민에게는 국보급인 만큼 당연히 되돌려주어야 한다"며 지바씨 후손들을 설득해 한국에 돌려주도록 주선했다.
이때부터 지바씨 가족을 대신해 법당에 안의사와 도시치씨의 영정과 휘호 사본을 모셔놓고 참배를 올렸다. 절 마당에는 휘호를 새긴 비석도 새로 들어섰다.
"한일 양국간의 불편한 일이 터질때마다 두분의 우정을 떠올립니다. 안중근의사가 지바씨에게 `국가간 갈등이 없는 좋은 세상이 오면 다시 태어나 우정을 나누자'고 유연을 남겼는데, 이분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우리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미야기현（일본）＝김순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