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패션] 차승원 '근육질 몸매 모두들 탐내'
기사입력 1999년 02월 25일 15시 08분
겨울 햇볕이 가득한 (주)이신우의 서울 마포구 본사. IMF 한파를 쓸어내듯 흥분과 설레임이 가득하다. 핫서머 신제품 품평회가 한창인 시간, 반가운 손님이 문을 두드린다.
"1년만에 뵙네요. 마음 고생이 많으셨을텐데 전화 한통 못드려 죄송해요."(차승원)
동양의 신비에 원초적인 욕망을 녹여낸 작품으로 명성을 떨친 디자이너 이신우. 지난해 부도 후 힘든 1년을 보냈다. 긴 터널을 막 통과한 요즘. 그래서 10년 지인, 차승원의 방문은 반갑기만하다.
"농담을 척척 잘하대. 말재주가 그렇게 좋은지 몰랐어요." 어느새 연예인 차승원의 팬이 됐다는 이신우의 너스레다.
88년 차승원의 데뷔 당시 이신우는 이미 정상의 디자이너. "선생님 쇼엔 최고가 아니면 설 수 없다는 게 모델계의 불문율이었어요. 무명인 저를 과감히 써주신 일을 잊을 수 없어요."(차)
먼 발치의 `선생님'이지만 정이 갔다. 소녀같은 순수함, 샘솟는 열정.
"리허설 때 보통 디자이너들은 `한 우아'한 척 말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은 딱 두마디만 하세요. `옷이 잘 맞나'랑 `열심히 해주세요'. 말보다 손이, 그보다 마음이 앞서는 분이죠."
이에 질세라 이신우가 한마디. "꽃샘추위가 기승일때 바닷가에서 여름옷 카탈로그를 찍은 적이 있어요. 그 추위에 찬 물이 들어있는 소주병을 계속 들이키는데 끄떡도 안하더군요. 근성에 반했죠."
이신우와 차승원은 93년 `이신우 옴므'의 탄생을 통해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는다.
`이신우 옴므'의 타깃은 멋을 내고 싶은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신세대 남자. 일탈을 즐길 줄 알지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차승원의 느낌 그대로다.
당시 `이신우 옴므'는 남성복의 금기를 뛰어넘는 디자인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자주색 구두, 통넓은 바지 등 `파격'을 멋지게 소화해낸 차승원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차승원의 표현을 빌면 `모델로서 끝발이 붙기 시작할 때 탄력을 붙여준 격'이었다.
"요즘도 `이신우 옴므'를 즐겨 입어요. 독특하고 편안하거든요.빨간 구두, 프린트 기법이 특이한 티셔츠 등 제가 약간 독특한 옷을 입었다 싶으면 그건 다 선생님 작품이에요."
이쯤에서 이신우가 "많이 말랐네. 옛날엔 몸매가 하도 좋아서 디자이너마다 차승원씨 옷 좀 벗기려고 안달이었는데"라고 농담을 던진다.
"바빠서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한다"는 차승원은 "부지런히 몸을 만들어 선생님이 컬렉션을 하면 꼭 피날레를 장식하겠다"고 정담있는 대답으로 오랜만의 데이트를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