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효씨] 프로1호 기록원의 쓸쓸한 퇴장
기사입력 1999년 02월 25일 13시 41분
"지나간 세월? 아쉬움 뿐이죠."
한국야구위원회（KBO） 제1호 기록원 김학효씨（50）.
지난 82년 3월 27일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MBC청룡과 삼성라이온즈와의 프로야구 개막전부터 9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6차전까지 기록을 맡았던 주인공이다.
33살의 혈기왕성한 청년이 야구기록이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든지 17년의 프로야구 기록원생활.
이제 눈에 띄게 흰머리가 늘었지만 지난 세월에 후회는 없단다.
인천중 2년때 야구（내야수）를 시작해 지난 67년 인천 동산고 시절에는 청룡기대회 우승까지 일궈냈다.
이후 아마야구 기록원으로, 75,76년엔 강원도에서 중학교 야구감독（속초 설악중, 강릉 경포중）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 5일 정리해고로 정들었던 야구장을 떠나야 했다.
"아마 기록원이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는 관중들이 많을 겁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와 감독, 화려한 제스처의 심판이 프로야구의 전부로 비춰지지만 기록원은 역사를 쓰는 `사관（史官）'이란 신념으로 몸바쳐 일한 그였다.
야구에 미쳐 산 탓에 36살에 늦장가를 가 아들은 이제 중학교 1학년이고, 딸은 초등학교 4학년.
"기록이란게 단순하게 경기를 기록지에 옮기는 게 아닙니다. 순간 순간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타구가 안타냐, 실책이냐를 결정하는 일부터 시작해 모든 업무가 야구에 대한 해박한 야구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씨는 시즌때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출장을 다니지만 비시즌때는 집에 틀어 박혀 야구공부에 빠져들었다.
야구경기가 없을때면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다.
KBO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하지 않느냐'며 사직을 권고했을때 한 우물만 팠던 자신의 외골수를 탓하기도 했다.
"다음달이면 시범경기에 들어가고 오는 4월이면 99시즌이 개막되는데 덩달아 마음만 설레고…, 뭘 해야할지 그저 앞이 캄캄합니다."
[박재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