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산] 원정경기 당일치기 고행의 끝은 어디
기사입력 1999년 02월 24일 14시 05분
1시간30여분간 사투를 벌였던 유니폼을 그대로 입은채 그들은 버스에 오른다.
가끔 이긴 날에는 군산 월명체육관 근처의 대중 목욕탕에서 샤워라도 할 염치가 생기지만 진 날은 고개를 떨군채 땀에 절은 육신을 끌며 버스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2시간 가까운 광주 숙소까지의 고단한 여정.
`광주 74 가 1457' 버스에는 `IMF팀', `헝그리팀'으로 불리는 프로농구 광주 나산 선수들의 애환이 실려 있다.
나산은 대부분의 원정경기를 `당일치기'로 해치운다.
그래서 숙소도 서울과 광주, 두곳에 두고 있다.
부산, 창원 같은 먼 곳으로 원정할 때는 그곳에서 숙소를 구해 경기전날 하룻밤을 지낸다.
나산이 지난해 KBL（한국농구연맹）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원정숙소 비용이 객실당 4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못박힌 터라 선수들은 이름만 호텔일뿐 여관 수준인 곳에서 잠을 청한다.
선수들 중 몇명은 "지저분한 원정숙소보다 차라리 구단버스 좌석이 훨씬 편하다"며 "장거리 원정도 당일치기로 해치우는 게 낫다"고 말한다.
지난달부터는 광주로 잡혀있는 일정을 전부 군산으로 옮기는 바람에 홈경기가 원정이나 다름없는 셈.
선수당 한끼 식대도 3천원 이상을 지출할 수 없는 처지여서 원정 때에는 세끼를 모두 숙소 인근 분식집에서 된장찌개로 해치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나산 선수들의 고행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나산 구단의 매각이 막바지 협상에 들어가 올시즌 종료와 함께 구단버스의 도색을 새로 해야 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