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플라이볼 나이스캐치 '중견수 OK'
기사입력 1999년 02월 18일 14시 52분
40∼50m 하늘 높이 떠오른 공을 잠깐 훔쳐본뒤 펜스를 향해 달린다.
역시 스타트의 귀재였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29）.
지난 17일 오키나와 차탄구장서 열린 주니치 시즌 첫 청백전서 이종범은 평생 잊지 못할 짜릿한 경험을 했다.
올시즌 중견수 변신의 첫 무대.
해태에서의 6년과 일본 친출 첫해인 작년, 프로 유니폼을 입은뒤 줄곧 몸을 잔뜩 웅크린채 `내야의 꽃'이라는 유격수 자리를 맡았었다.
두차례의 깔끔한 플라이볼 처리. 타구의 거리를 계산하고 달음질치는 감각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1∼2m의 오차만 있어도 몸의 균형을 잃기 쉽지만 가슴으로 품는 포구 동작은 `오리지날 외야수'였다.
타격은 3타수 1안타.
주니치 최고의 미들맨 오치아이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냈지만 단 한개의 도루를 시도해볼 틈이 없을 정도로 온통 신경은 수비에 쏠려있었다.
선발로 나선 `삼손' 이상훈의 쾌투 때문에 주목을 덜 받았지만 호시노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OK' 사인을 보냈다.
이종범의 변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부상때문이었다.
작년 6월 23일 한신과의 경기서 오른 팔꿈치 골절상을 입은뒤 몇개월의 장고끝에 호시노감독이 결정을 내렸다.
수비부담을 줄여주고 적극적인 공격 스타일의 `잠재된 능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종범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수비 실책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떤 자리도 못하겠냐"는 오기는 늘 꿈틀거렸지만.
이종범은 올시즌 주니치의 `1번 중견수'.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리다.
도루 천재의 비결은 양발의 무게중심 배분을 잘 한다는 것.
"도루할때나 유격수를 볼때와 별 다른게 없다. 공간이 넓으니까 오히려 할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중견수를 진정한 `외야의 꽃'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이종범이다.
[오키나와＝국제전화,양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