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제가 뽀뽀하자면 왜 모두 질겁하지요?'
기사입력 1999년 02월 17일 14시 56분
이영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개그우먼.
우울한 사람도 그녀와 딱 1분만 함께 앉아있으면 웃음이 터진다.
웃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큰 엉덩이를 좌우로 마구 흔들며 노래를 부르거나 짓궂고 기발한 농담을 시리즈로 해댄다.
특히 크고 두툼한 입술을 앞으로 최대한 쭉 내밀며 "뽀뽀하자"고 달려들면 제아무리 무뚝뚝한 사람도 질겁을 하며 폭소를 터뜨리고 만다.
이영자의 두툼한 입술은 개그의 큰 밑천인 셈.
쇼프로와 코미디 혹은 분장실에서 `키스 흉내'를 쉴새없이 내는 이영자지만 정작 극중에선 딱 한번 해봤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94년 SBS TV의 `기쁜우리 토요일'에서 였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박상원과 고현정이 펼치는 멜로신을 패러디해 키스를 하는 장면. 상대는 홍록기. "큐"사인과 함께 자석이 쇠붙이에 철커덕 붙듯 입술을 갖다댔다는게 이영자의 당시 회고.
"느낌이고 뭐고 없었어요. 돌아서서 서로 가래침을 `캭'하고 뱉었고, 스태프들은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으니까."
이영자는 홍록기가 공개적인 첫 키스의 상대였지만 남을 웃기는데 집중하느라 키스느낌은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고.
그녀가 진짜 키스하고 싶은 남성은 평범하다. 확실한 직업이 있고,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나의 첫 키스
－중학교 2학년때 동네 친구하고 했다. 충남 서산의 농촌마을에서 자란 만큼 추수가 끝나면 집 앞마다 짚가리가 수북이 쌓여 있던 기억이 난다.
짚은 땔감과 소먹이가 되기도 했지만 여자애들에겐 겨울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좋은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나의 첫 키스는 바로 그 `추억의 짚가리' 밑에서 이뤄졌다. 동네에서 항아리를 만드는 집의 아들과 사귀고 있었는데 키스라기 보단 `뽀뽀수준'이었다. 그 뒤 그 친구는 그 `뽀뽀'를 미끼삼아 너무 짓굳게 따라다녀 교제를 중단했다. 더 이상은 말 못하겠다.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