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야구클리닉] 'LG마운드 얕보지 마세요'
기사입력 1999년 02월 17일 14시 56분
시즌 전 스프링캠프를 다녀보면 각 팀의 분위기와 특성이 잘 드러난다.
첫 방문지인 LG의 괌캠프는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유분방한 분위기속에 어딜가나 시끌벅적하다.
코칭스태프가 앞다퉈 선수 칭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투수코치는 "선수 개개인의 금년 목표를 합하면 120승도 넘게 나온다"며 큰소리치는가 하면, 타격코치는 "김재현이 올해는 분명히 뭔가 해낼것"이라고 받아친다.
신인투수 김상태에 관한 언급은 더욱 혀를 내두르게 한다.
김상태를 두고 조성민같은 체격, 선동렬같은 두뇌, 박찬호같은 위력을 지닌 투수라는 천보성감독의 말을 과연 어느정도까지 새겨 들어야할지 야구인 출신인 나까지도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아니 그러면 30승이 넘는 투수잖아"라고 누군가 되받자 좌중엔 폭소가 터져 나왔다.
물론 위의 이야기들은 훈련이 끝난후 피로를 푸는 자리에서 농담삼아 나온것이다.
어느 팀이든 지금쯤은 `우리도 올해엔 우승을…'하고 야무진 꿈을 꾸는 시기이다.
그러나 내가 LG에서 받은 느낌은 좀 달랐다.
LG는 올시즌 임창용의 영입등으로 마운드가 안정된 삼성, 로마이어와 황우구의 보강으로 전력이 강화된 한화, 올해도 각팀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것이 뻔한 쌍방울 등과 어느해보다 힘겨운 레이스를 벌어야 한다.
최고 수준의 야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LG의 캠프장은 4번 타자에서 투수로 변신한 심재학, 신인 김상태, 이승호, 신동건 등이 `돌출기록'을 낳아야만 우승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마운드 강화, 안정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김상태는 뛰어난 신체조건에 공끝이 살아 들어올 뿐 아니라 까다로운 각도까지 선보여 경기운영능력만 갖춘다면 꿈같은 희망사항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괌을 떠나던 날 "다른 팀에 꼭 전해주세요, LG 마운드를 얕보지 말라고. 그리고 무시무시한 신인들이 있음을 감안하라고…"라며 능청을 떠는 천감독의 이야기 속엔 역설적으로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자신감이 숨어 있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또다시 예고없는 `스콜'이 지나가는걸 보면서 "프로야구도 스콜처럼 예상하기 힘든 것인데…"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본다.
[본지 해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