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공포의 실험실 :교환 (4)
기사입력 1999년 02월 12일 15시 40분
결혼을 하고 슬슬 권태기가 다가오면 부부끼리의 섹스가 시들해지게 마련이잖아요. 그럴 때 얼굴까지 못났어봐요. 정말 끔찍한 거죠.
예? 설마！
나는 그렇게 반응했다.
나는 아직 결혼을 안해봐서 모르지만…. 설마 부부 사이에 얼굴 같은 거 따지겠어요?
그녀는 끝까지 부인했다.
무슨 소리예요? 부부 사이니까 더한 거죠. 차라리 남이라면 여자의 몸매만 보고도 계속 충동을 느끼겠죠.
하지만 이미 자기 것이 된 여자에게 무슨 미련이 있겠어요. 더욱이 성적으로 권태기에 접어들었는 데요. 그땐 다 소용 없어요.
일단은 얼굴이 예뻐야 해요. 걔가 그러대요.
남편은 불을 켜놓은 상태에선 절대 자기를 끌어안지도 않고 건드리지도 않는대요. 꼭 불을 끄고 나서야 천천히 건드린대요.
그것도 아침이 되면 끝이에요. 아침에 잠결에 남편을 끌어안았다가 자기 얼굴을 돌아보고는 뿌리친 게 한 두 번이 아니래요.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것은, 섹스를 하고 나서도 화장실에 가거나 해서 일어날 때면 역겹다는 듯이 얼른 피하고 만대요.
그것이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 결론이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큰 미끼였다. 그녀는 한참 수다를 떨고 나서 주눅이 들어 축 처져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를 동정하는 척 하면서 슬쩍 의견을 제시했다.
정말 안 됐군요. 아가씨처럼 뛰어난 몸매를 가진 여자가 얼굴에 그렇게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니, 그럼 성형수술이라도 받으면 될 것 아닙니까?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전 그럴 용기가 없어요. 이 얼굴을 고쳐 봤자 얼마나 고치겠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돈이 없거든요.
그래요? 나는 대뜸 나섰다.
정말 내가 돕고 싶군요.
예? 그녀는 깜짝 놀랐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떻게요? 어떻게 절 도울 수 있는데요?
아, 내가 아가씨를 수술해 드리고 싶군요. 어차피 제 전공이 그렇잖아요. 물론 아가씨 말대로 한두번 수술해서 될 일은 아니겠죠.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술하면 될 수 있어요. 안그래요?
어머, 어머, 이렇게 고마울 데가….
일단 지금은 돌아가시고, 이따가 밤에 찾아 오세요. 직원들이 퇴근한 다음에 말입니다. 내가 무료로 아가씨 얼굴을 수술해 준다고 하면 간호사들이 좋게 보겠어요? 또 소문이 나면 귀찮고 말입니다.
그래요. 정말 그러네요！
그녀는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뛸 지경이었다.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말했지만, 정말 그런 소문이 나는 건 질색입니다. 괜히 아가씨한테 선심 한 번 썼다가 이상한 소문 나서 나 망하면 어떡합니까?
맞아요！ 절대 아무에게도 말 안할게요.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오늘밤에는 바로 수술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일단 사전에 이런저런 토의도 하고 검진을 하려는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척 했다.
그녀는 가슴이 부풀어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내 눈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몸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4-지금
그렇게 해서 나는 그 여자를 아무도 모르게 `유괴'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를 마취시켜 밀폐된 방에 가둔 것이다.
그리고 계획대로 며칠 전부터는 하기 휴가를 실시했다. 모든 간호사와 직원들은 며칠간 출근하지 않을 것이다.
그 기회에 수술을 해치워 버린 것이다. 당연히 걱정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의 실력을 믿었고, 그 동안의 실험결과를 믿었다.[계속]
글·박무정(아이디:Mi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