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KBO 구조조정 '삐그덕'
기사입력 1999년 02월 08일 14시 11분
얼마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실내에서 양대리그 명칭 공모엽서 몇백통이 잠시 사라진 일이 있다.
사무실이 발칵 뒤집히는 소동끝에 폐지통에서 찾아내긴 했지만 이 어이없는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요즘 KBO 사무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찬바람 씽씽'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KBO 창립이후 헌신적으로 일해왔던 간부 1명은 최근 명퇴당했고 1명은 대기발령중이다.
구조조정을 위해 하급 직원들 몇명도 나가, 남아 있는 직원들은 얼이 빠져 있다.
이런 판에 팬들이 고이 보낸 공모엽서가 눈에 보일리가 있나.
쓰레기인줄 알고 아무데나 치울수 밖에.
82년 출범이후 엄청난 위기를 맞은 프로야구는 4월 3일 개막을 앞두고 할일이 태산같다.
관중을 다시 300만명대로 끌어 올려야 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중계권료 협상 등 주요 안건이 수북이 쌓여 있다.
소매를 걷어 붙이고 동분서주해야 될 직원들이 손에 일이 안 잡힐 정도로 불안에 싸여 있다면 KBO의 구조조정은 애초부터 잘못된 셈이다.
2년 연속 급여를 15∼20% 깎은데다 인원정리까지 하니 일할 맛이 싹 가실수 밖에.
프로야구단에서 구조조정을 했다고 해서 의무적으로 KBO 직원까지 줄일 필요는 없다.
프로야구 중장기 발전을 세우고 마케팅 등 대형 사업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수 있다면 그까짓 정리해고로 인한 연간 몇억원의 절감은 아무것도 아닐수 있다.
거기에다 업무수행에 별다른 하자가 없는 경기운영위원 2명과 몇년간 공들여 키워온 젊은 심판 1명을 해고시키는 과정에서 커다란 잡음이 일고 있어 KBO는 지금 쑥대밭이다.
더구나 새로 계약할 경기운영위원은 프로야구판을 씨끄럽게 만든 인물이어서 야구인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KBO 사태를 보면 경제 효율은 문제삼지 않고 빅딜을 위한 빅딜을 하는 정부의 무원칙한 조치들을 연상케 한다.
KBO 바로 세우기가 곧 프로야구 살리기인데, KBO가 기우뚱 거려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김수인 야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