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안씨] 영화 '북경반점' 은막뒤 주방장
기사입력 1999년 02월 03일 14시 57분
인천 중구 선린동 차이나타운 언덕에 중국집이 하나 생겼다.
`북경반점'(北京飯店).
영화 `북경반점'의 제작진들이 촬영을 위해 옛 한의원 건물 하나를 몽땅 중국집으로 꾸민 세트장이다.
이곳에는 신 구, 명계남, 김석훈, 정 준 등 배우들에게 진짜 중국요리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부님'이 계신다.
화교 2세인 모종안(慕宗安)씨(37．용평리조트 중식당).
광주 신양파크호텔, 서울 워커힐호텔 등 일급 중식당에서 근무하던 모씨가 휴직계를 내고 이곳에서 배우들과 면(麵)을 뽑고 특급요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코미디나 소품용이 아닌 정통 중국요리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원적은 중국 산동성, 국적은 대만, 그리고 출생지가 서울인 모씨의 주방 경력은 20년.
이곳에서 모씨가 한달간 만든 짬뽕과 자장면만도 400여그릇, 볶음밥 100여그릇, 탕수욕이 50그릇이나 되고 맛깔나는 9가지 음식을 차례로 선보이는 코스와 풍미향, 자라탕 등 스페셜 요리를 만든 것만 해도 10여차례 된다.
또 영화 곳곳에 뒷모습과 옆모습 등 주방 일꾼으로 얼굴도 디민다.
"즐겁게 음식을 만들면 맛도 덩달아 좋아져요."
모씨의 강의에 출연배우들의 눈은 진지하다.
얼마전엔 후라이팬으로 튀김요리를 하던 `제자' 김석훈이 불에 튄 기름때문에 눈썹을 태우기도 했다.
"수십번의 수타(手打)로 124가닥이 나와야 제맛을 내는 자장-짬뽕 면(麵)의 경우 한달이 되도 60가닥 이상의 `작품'을 뽑아내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400여가닥이 필요한 기스면을 빼는 법은 가르쳐줄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죠."
㈜영화세상의 박민희 제작실장(35)은 "영화 제작진의 경우 촬영에 들어가면 체중이 3∼4㎏ 빠지는 게 정상인데 이번 촬영에선 모씨 덕분에 오히려 2∼3㎏나 늘었다"며 자랑했다.
은평구 역촌동에서 중국집을 했던 부모님에 이어 지금은 큰형이 광화문에서, 세째형은 무역센터, 여동생은 신라호텔 중식당에 근무하고 있다는 모씨는 "프랑스 요리를 배워 동-서양의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는 게 꿈"이라며 "올 연말이나 내년엔 프랑스나 뉴질랜드로 유학을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